권력의 의자 2

다른 힘도 있다

by 정아라
가르치지 않는 교육에 참여자로, 진행자로 함께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을 하나씩 기록합니다.

말로 가르친 것은 금방 잊혀집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내내 느꼈습니다. 관객이 되어 쳐다 보았다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수영하는 것을 보았다고 수영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영하려면 몸을 물에 담궈야 합니다. 수영하려면 물에 담긴 채, 팔을 돌리고 다리를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자기 몸으로 직접 배운것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래 기억됩니다. 때로는 잊을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앞글에서 이어집니다)


권력의 의자 활동을 마치고 나면 묻고 싶어집니다.

"권력은 부정적인 것인가요?"

"그렇다면 힘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명명백백 '권력'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떠올랐습니다.

저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권력의 의자'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가시화'하는 '권력'은 거의 대부분

'지배하는 힘'이었습니다.


'지배하는 힘(Power Over)'

가장 전통적인 의미의 힘입니다.

누군가를 억누르고, 억압하고, 강요하고, 차별하고, 학대하는 힘입니다.

상대방은 억눌림을 당하고, 억압을 당하고, 강요당하고, 차별당하고, 학대받는 힘입니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지는(win-lose) 힘입니다.

'지배하는 힘'은 폭력과 갈등의 근원이 되기 쉽습니다. 부정적 이미지의 힘입니다.


그런데 평화 교육을 통해 다른 힘도 있다(주)는 것을 배웠습니다.


첫째, 함께 하는 힘(Power with)입니다.

'함께 하는 힘'은 협력과 연대를 의미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과 힘을 합치는 것입니다. 혼자일 때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내는 집단적인 힘입니다. 공동체와 평화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힘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적대적으로 맞서기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힘입니다. 집단지성과 민주적 의사결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할 수 있는 힘(Power to)'입니다.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뜻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능력을 말합니다. 누군가를 누르는 힘이 아니라 '가능성'을 실현하는 힘입니다.

비폭력적인 행동의 토대가 되는 힘입니다. 불의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중재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과 역량을 말합니다.

저에게도 필요한 힘입니다.


셋째, '내면의 힘(Power Within}'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 자각, 정체성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믿는 내면의 단단함을 의미합니다.

모든 평화의 출발점이며, 모든 변화의 기초이자 시초가 됩니다.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가 동등함을 깨닫는 자아 존중감과 성찰 능력이기도 합니다. 이 힘이 단단해야 외부의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비폭력적인 원칙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이 낳기 전, 저는 힘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강한 힘을 가질 수 없으니

큰 목소리를 내고, 공격적 행동을 감행했습니다.

지배하는 힘에 대항하고자 더 큰 힘을 갖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런 방법이 평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껴, 괴로워했습니다.

지금도 때때로 잘못 사용하고는 후회하기도 합니다. ㅎㅎㅎ


그랬기에 힘의 '재정의'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힘은 단순히 '남을 굴복시키는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힘은 '평화를 구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가진 내면의 힘은 모든 평화의 출발점이지만 개인에게 속하는 힘입니다.

그러나 우리 개개인의 힘은 거대한 사회에서 참으로 미약한 힘이기도 합니다.


함께 하는 힘, 할 수 있는 힘은 개인의 힘을 뛰어 넘는 힘입니다.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자각함으로써 나약한 개인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이런 힘을 느끼면 단순히 지배하는 힘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함께 하는 힘, 할 수 있는 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힘입니다.


나의 작은 힘에서 출발하지만, 나의 힘은 작지 않습니다.

다른 힘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힘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내가 당한 '지배하는 힘'을 다시 남에게 되갚아주는 복수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나의 나약함과 작음을 한탄하는 무력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힘을 사용하고 있나요?"

"당신의 힘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주> 리사 베네 클라센, 버러리스 밀러, <A New Weave of Power>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아라의 연재글]

월: 엄마는 퇴근 중 https://brunch.co.kr/brunchbook/onherwayhome

수 또는 목: 가르치지 않는 교육 https://brunch.co.kr/brunchbook/uneducated

금: https://brunch.co.kr/brunchbook/adultsdictation

일: 나의 일, 나의 삶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islife


[아라의 연재 완료 브런치북]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1 https://brunch.co.kr/brunchbook/rewrite-being20

어른이 다녀보았습니다. 공동육아 https://brunch.co.kr/brunchbook/communitas

어쩌다 며느리, C급 며느리 https://brunch.co.kr/brunchbook/mysecondfamily

5시, 책이 나를 깨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swakemeup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