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아름다움

존재는 '몸'이다

by 정아라

'존재의 아름다움'이라는 활동이 있습니다.


모든 참여자들은 전지를 한 장씩 받고

책상과 의자를 모두 치운 자리에 자유롭게 흩어져 앉습니다.

2인 1조가 됩니다.


각자는 전지 한 장을 바닥에 펴고 신발을 벗고 전지 안으로 들어갑니다.

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내 몸의 모든 요소들은 전지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눕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제 키가 전지보다는 크기 때문에(ㅎㅎ)

몸을 어떤 방식으로든 구부려야 합니다.

옆으로 쪼그리고 눕든,

하늘을 보고 누워 다리를 구부리든... ㅎㅎㅎ


전지 안으로 들어가 누워 자리를 잡으면

나의 몸과 전지의 경계선을 따라

짝꿍이 크레파스나 색연필 등으로 나의 몸 윤곽을 그려 줍니다.


이제 역할을 바꾸어

제가 짝꿍의 실루엣을 전지 위에 그려 줍니다.


전지에서 나와,

전지 위에 그려진 내 몸의 실루엣을 바라 봅니다.


이제 내 몸의 실루엣을 바라보면서

'나 자신'에게 말을 겁니다.


이제 내 몸 곳곳에 하고 싶은 말을 남겨 주세요.


내 몸 중 가장 사랑하고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인가요?

내 몸 중 마음에 들지 않아 미워했(하)거나 외면했던(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내 몸 중 최근에 가장 수고한 곳은 어디인가요?

가장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곳은 내 몸 중 어디인가요?

그 동안 잘 돌아보지 못했지만 돌봐 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싸인펜을 들고 내 몸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습니다.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예전에 제가 뭐라고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오늘, 제 자신의 몸과 대화를 나누어 봅니다.


내 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눈'과 '발'입니다.

'눈'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 자신도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어서입니다.

'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를 어딘가로 데려다 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내 몸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은 '입'과 '키'입니다.

가끔 지나치게 마음의 소리를 내뱉는 '입'이 미울 때가 많습니다. ㅎㅎㅎ

또 늘 '키'가 크고 싶었습니다. 키 큰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저는 늘 윗 동네 공기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ㅎ


제 몸 중 지금부터 잘 돌보고 싶은 곳은 '귀'입니다.

잘 듣는 귀를 갖고 싶어 노력 중이고, 조금 더 커진 귀를 갖고 싶은데,

그러려면 제 귀를 자주 돌보아야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제 몸을 바라보는 것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제 몸을 바라보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내 몸'으로부터 발견하는 원초적인 과정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시작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 그 외의 것은 아니다. (주)


도대체 누가 해석하는가? 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해석행위 스스로가 힘에의 의지의 한 형식으로서 살아 간다. (존재로서가 아니라, 과정으로서, 생성으로서) 충동으로서. (주)


더욱 놀라운 것은 오히려 신체다: 어떻게 인간의 신체가 가능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살아 있는 생명의 통합이, 각각 의존하고 예속하지만,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명령하고 자신의 의지 속에서 행동하며, 전체로서 살고 성장하고 특정 시간 동안 존속할 수 있는지는 아무리 경탄해도 끝이 없다── : 이런 것은 명백히 의식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런 '기적 중의 기적'에 의식은 단지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위(胃)가 그것의 도구라고 하는 동일한 의미에서. (주)



주> 프리드리히 니체, 《유고》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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