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운전을 좋아해
아이야.
어제 엄마가 외출한 사이에 네가 카톡으로 즐거운 소식을 하나 전해 주었어.
지난 주에는 필기 시험을 치렀고, 어제는 기능 시험을 보러 간 날이었잖아.
딱 이틀밖에 연습 시간이 없어 연습이 부족하다고 하더니 100점으로 통과했다는 즐거운 소식이었어.
이제 도로주행 시험만 남겨 놓았네.
이제 곧 네가 운전하는 차를 타게 될 날도 머지 않았네.
네가 처음 운전하는 차를 타면 엄마도 어떤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손잡이 꽉 잡고 불안에 떨면서 타게 될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보았어. ㅎㅎㅎ
네가 곧 운전하게 되는 기념으로 오늘은 엄마의 운전에 얽힌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 해.
아이야. 엄마는 운전을 참 좋아해.
네가 처음 다니게 된 어린이집은 차를 타더라도 많이 걸어야 하는 곳이었어. 집에서 버스를 타면 30분은 가야 하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도 족히 20분쯤 걸어야 하는 동네 꼭대기에 있었거든.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매일 나들이를 다니는 곳이어서 나들이 다니기 좋은 장소에 주로 위치한다는 걸. 그리고 부모협동조합으로 출자해 운영하기 때문에 너무 비싼 시내 한복판에서는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걸. ㅎㅎㅎ 이제 너도 알지? ㅎㅎㅎ
그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는데 매일 저녁마다 하원을 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어. 20분 걸어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잖아. 아직 3살 밖에 안 된 네 손을 잡고 20분 걸어 내려와서 집으로 가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지.
그때 마침 회사 동료 한 분이 차를 바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오래 타던 그 차를 엄마에게 팔아 달라고 했지. 그렇게 해서 이미 오래 타던 차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어. 어린이집 다니려고 차를 사야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면서 ㅎㅎㅎ
그렇게 엄마의 차를 갖게 되었는데 세상에! 너무 좋은 거야!!!!!
왜냐면, 차가 생기니까 주말이든 평일이든 그리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너를 데리고 어디든지 갈 수 있더라고! 어떻게 보면 자동차는 그저 이동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인데, 그 도구가 엄마를 어디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데려다 줄 수 있는 엄청난 것이더라고!
알고 보니 보통 도구가 아니었어. 나를 다른 세상에 데려다주는 도구더라. 이동이 자유롭다는 게 또 하나의 세상을 열어준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어.
운전을 하게 되면서 엄마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어. 운전이 엄마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열어 주었어.
엄마에게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건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것이었어. 엄마와 너를 어디든지 데려다줄 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
근데 '양탄자'가 비싸서 미안하지만 사 주기는 어렵다. ㅎㅎㅎ 나중에 네가 돈 벌어서 사. 알았지? 자기 양탄자는 자기가 돈 벌어서 사는 게 맛이야. ㅎㅎㅎ 그리고 중고 양탄자 사면 된단다. 초보 운전자가 비싼 새 양탄자 사면 양탄자 '모시는 게' 쉽지 않을 거거든. ㅎㅎㅎ 내가 맘껏 타려고 양탄자 사는 건데 양탄자를 모시고 다녀야 되면 즐겁지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맘껏 부릴 수 있는 '만만한 양탄자'를 마련하길 바란다.
면허증을 곧 따게 될 텐데 너도 아마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운전 잘 하고 싶다'는 생각. ㅎㅎㅎ
그래서 오늘은 운전 20년 경력을 훌쩍 넘긴(ㅋㅋㅋ 잘난 척해서 미안) 엄마가 터득한 운전 잘 하는 방법 몇 가지 얘기해 볼까 해. 어때? 한 번 들어볼래?
아이야. 있잖아.
운전 잘 하는 방법을 찾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게 있어. 그건, 나 혼자 운전 잘 한다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거야. 큽. 그렇더라고. 길에 나가면 차가 너무 많아. 길에 나갔는데 나 혼자 운전하는 경우는 없어. 나는 운전을 잘 하지만 사고날 때가 있어. 나는 운전 잘 하고 있었는데 뒤에 다른 차가 와서 박는 경우가 늘 있을 수 있거든. 그때 알았어. 아, 운전은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큽 그러니까 늘 다른 차와의 관계 속에서만 내가 있더라고. ㅋㅋㅋ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되는 것 같아. 혹시 겁나니? 엄마는 말이야. 그래서 겁이 나는 게 아니라 반대였어. 그래서 오늘도 무사히 사고 없이 집에 오면 그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고 운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아이야. 그럼에도 운전을 쪼끔 더 잘 할 수 있는 팁이 없지는 않아. 한 번 들어볼래? ㅎㅎㅎ
운전을 잘 하는 첫 번째 방법은 '흐름'을 잘 타는 거야. 앞차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앞차의 속도보다 지나치게 빠르면 안 되겠지. 곧 부딪치게 되니까. ㅎㅎㅎ 물이 흘러가듯이 흐름을 잘 타고 다니면 된다. 앞차가 속도를 내면 나도 좀 속도를 내고 앞차가 느려지면 나도 좀 속도를 줄이고. 흐름을 잘 탄다는 건 속도 조절을 한다는 뜻이기도 해.
두 번째 방법은 방향을 바꾸거나 변화를 줄 땐 깜박이를 켜는 거야. 양 옆으로 차선을 바꿀 때 깜박이를 켜고 예고를 하는 거지. '나 이제 차선 바꾼다'. 그리고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나도 냉큼 속도를 줄이고 얼른 비상등을 켜는 거야. '뒷차야, 나 지금 갑자기 속도 줄인다.' 하고. 변경할 땐 미리 또는 재빨리 예고를 하는 거야.
세 번째 방법은 늘 오늘이 처음 운전이다, 생각하면서 운전하는 거야. 초보 운전자는 사고를 잘 내지 않아.
도로교통공단(TAAS)의 5년간(2019~2023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초보 운전자보다 오히려 베테랑 운전 경력자들이 훨씬 더 많은 사고를 내. 운전 15년 이상의 경력자들이 전체 교통 사고의 60%를 차지해. 1년 미만의 초보 운전자는 사고의 2.5% 밖에 되지 않아. 숫자 자체가 많아서 그 수치가 주는 착시 효과가 있겠지만 그래도 아무튼, 높은 경력자들이 사고를 더 많이 내는 건 사실이지. 매일 초보처럼 운전하면 사고를 낼 일은 그만큼 적어질 거야.
ㅋㅋ 얘기하고 보니 참 별게 없네. 대단한 팁이 아니네. 실망했다면 미안. ㅎㅎㅎ
근데 진짜 소름인 건, 사람 사는 거랑, 운전하는 거랑 완전 똑같다는 거야.
들어 봐. 사람 사는 것도 똑같다?
나 혼자 잘 해도 소용없는 순간이 있어. ㅎㅎㅎ 살다 보면 내 힘으로 어찌 하기 어려운 일들을 소위 ‘당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 그런 거란다. 살다 보면 꼭 뜻한대로만 되는 건 아니야. 아무 일도 안 생기려면 밖에를 나가질 말아야 하지. ㅎㅎ 그런데 그럴 수는 없잖아. 그러니 다가오는 일들을 그저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해. 또 다른 사람은 나랑 다르다는 것도 인정해야 되더라고.
인생은 속도와 흐름을 타는 거야.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아야 하고 내 속도가 얼마만큼인지도 알아야 해. 앞차의 속도는 어떤지도 살펴야 돼.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 하고. 내 속도만 생각하면 다른 이들과 충돌하게 되니까. 누구라도 시간을 따라 흘러가면서 삶을 사는 거니까. 내 인생의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아. 길을 잘못 들었는데 원래 가려던 곳보다 좋은 경치를 만날 수도 있거든. 인생이 그렇더라고. ㅎㅎㅎ
방향을 바꿀 땐 예고를 해야 돼.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해서 사고가 날 수 있거든. 사귀다가 헤어지려면 헤어지자고 말은 해야지. ㅎㅎㅎ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려면 방향 바꿀 땐 깜박이를 켜야 돼.
그리고 늘 초보자의 마음으로 살면 좋아. 계속 배울 수 있어서 더 나아질 수 있고 계속 겸손할 수 있으면 후회할 일이 적어지니까. ㅎㅎ
웃기지? 사는 것도 비슷하지?
운전이 너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도 열어줄 거야.
세상을 나누는 다른 기준도 있단다. 운전자의 세계와 운전하지 않는 자의 세계. ㅋㅋ
아이야. 엄마와 같이 운전하는 사람의 세계에 온 것을 축하하고 환영한다!!!
축하 선물을 해야 하는데 너에게 '차'를 선물할 수는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보 운전' 알림판을 하나 사서 선물해야겠다. ㅋㅋ
1. 답답하시쥬? 저도 답답해 죽겄슈.
2. 조심하세요. 저도 제가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3. 먼저 가. 난 틀렸어.
4. 이 차 느립니다.
5. 극한 초보. 지금까지 이런 운전자는 없었다.
넌 어떤 게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