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린이집이 진짜 있었다
하늘파입니다.
겨우내 하늘이와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가 잘 적응할까 걱정했는데 특별한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하늘맘이랑 어린이집 알아보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결정했습니다.
3월 2일부터 적응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2~3일동안은 제가 하늘이와 같이 등원해서 반나절을 함께 보내고 하원했습니다.
그 다음엔 오전에 데려다주고 점심 먹고 데려왔습니다.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점점 늘려갈 거라 합니다.
공동육아...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너무 좋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감동받곤 합니다.
1. 오전9시~9시30분 사이에 등원해서 죽이나 떡으로 간단한 아침을 먹고
OO방(하늘이가 속한 또래방)에 올라가서 울OO(방 담당 선생님 별명)와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물감으로 손도장 만들기도 하면서 오전을 보냅니다.
2. 10시쯤 되면 근처의 공원이나 산으로 다 같이 나들이를 갑니다.
신나게 야외놀이를 하고 터전(공동육아에서는 어린이집 공간을 이르는 말)으로 돌아와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7살짜리 형, 언니들 손을 같이 잡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아이들에게 여러 형, 오빠, 언니, 누나가 생기네요.
3. 점심 후에는 이야기, 놀이 또는 노래, 율동 등의 놀이를 잠시하고 낮잠을 잡니다. 대략 2-4시.
하늘이는 아직 낮잠까지는 못하고 아빠와 떨어지는 연습 중입니다. 아침에 데려다 놓고 "하늘이는 울OO랑 친구들이랑 재밌게 잘 놀고 있어. 아빠가 점심 먹고 데리러 올께." 이렇게 말해놓고 나옵니다. 이틀 지났군요.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두번정도 잠깐 울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아빠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 점심식사 후에.
4. 내일부터는 낮잠 연습에 들어갑니다.
오전에 아빠랑 등원해서 낮잠 시간 끝날 때까지 있다가 데리러 가는 방식으로 며칠동안 연습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겠죠?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한 육아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아이는 '껌딱지'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엄마나 아빠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 했는데 이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마다 적응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하여 아이마다 각자 다른 적응 시간을 보내도록 허락해 주었을 뿐 아니라 차근차근 적응할 수 있도록 계획을 함께 해 주었다.
처음에 2-3일은 아예 아이와 아빠가 함께 어린이집에서 오전 시간을 함께 보내게 했고 그 다음 2-3일은 조금은 익숙해진 공간에서 오전 시간과 점심 식사 시간까지 보내고 아빠와 하원하도록 하였다. 그 다음 2-3일은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아빠가 기다리고 있다가 데려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 이런 어린이집이 있다고?
아이마다 서로 다른 적응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함께 계획해 준 것도 놀라웠지만, 사실 더 놀라운 건 아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오전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낼 수 있게 해 준 부분이었다.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시간과 생활을 모두 오픈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곳은 부모들이 볼 때나 보지 않을 때나 똑같이 생활하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몇 시간을 머물고 온 아빠는 심지어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언제든 문을 열어 놓는 곳,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적응을 도왔던 포인트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어린이집의 형, 누나들의 존재이다. 나들이갈 때는 언니, 오빠들의 손을 잡고(이를 '짝손'이라 부른다) 함께 다닌다고 하더니 그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이 엄청 챙겨 주는 모양이었다. 함께 가다가 "더 천천히 갈까?" 물어봐 주기도 하고 언덕이 나오면 끌어 주기도 하고 길다가 만나는 꽃 이름도 가르쳐 주는 모양이었다. 놀이터에서는 그네를 밀어주기도 한단다. 터전으로 돌아오면 겉옷 벗는 것도 도와 주고 가끔 아이가 안 보여서 찾아 보면 언니, 누나들이 아이를 둘러싸고 서로 얘기를 들려 주고 있다고도 했다.
- 엄마, 아빠가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좋아요. 뒤돌아보지 말고 빨리 그냥 나가시면 아이는 다 적응해요.
- 엄마, 아빠 떨어질 때 잠깐 울더라도 다 적응하게 돼 있어요.
보통의 돌봄 기관에서는 주로 이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 달랐다.
일방적으로 갑작스럽게 아이를 떼어 놓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어떻게 적응기를 보내는지 묻는 우리에게 오히려 천천히 적응하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했다.
속도는 아이마다 다른 거라고 했다.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피상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빨리 적응하면 적응력이 좋은 거고 느리게 적응하면 적응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든 이분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빠른 것-느린 것, 좋은 것-나쁜 것, 큰 것-작은 것, 잘 하는 것-못 하는 것. 그런데 그렇게 우-열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조금씩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곳에서 보낸 4년 동안 아이도 자랐지만 우리 부부도 부모로서 참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