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전염된다
불행해서 떠난 여행이었다. 결혼 3주년을 앞두고 유산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감정을 밝은 감정으로 대체하고자 현실에서 벗어났다. 물론 남편도 함께였다. 그도 마찬가지로 위로받을 일을 같이 겪은 사람이었고 축하할 일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행은 역시 효과적이다. 슬픈 기억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눈 앞에 놓인 현지 음식과 풍경이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먹고 마시고 느끼는 데 집중한다.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담는다. 뇌가 분주하다.
오가는 길에 마주치는 이들의 눈빛이 신이 나 있다.. 각국에서 와 모두 제각각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표정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얼굴을 찌푸리는 이가 없다. 웃는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얼굴에 나타난다. 슬며시 그들을 따라 미소를 짓는다.
여행은 그러나 갈등을 낳기도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24시간을 꼬박 일주일 동안 붙어있으니 크든 작든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혼여행부터 이후 남편과 하는 모든 여행에서 그랬다. 성격도 취향도 입맛도 체질도 제각각인 두 사람이니 당연한 결과다.
처음에는, 그러니까 신혼여행에서는 그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우습게도 발단은 '슈퍼마켓에서 잔돈을 누가 내느냐'에서 비롯되었다. 그다음 여행에서는 '줄을 어디에 서야 하냐', '지금 먹는 음식이 맛있냐 없냐'등의 사소한 -하지만 당시에는 중요했던 일이었다- 일들로 서로 기분이 상하고는 했다. 이번 여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서로의 기분을 망치는 일이 어김없이 생겼다. 그럴 때면 카메라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유독 커플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연인과 눈 맞추고 기대고 어루만진다. 그 순간이 너무도 아름다워 카메라를 든다. 서로를 향한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이 찰칵하는 셔터 소리와 함께 전해진다. 걸음을 돌려 남편에게로 간다.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도 한 편에 담아 간다. 부디 오래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