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들린 소식

by 아라온

특별할 게 없는 날이었다. 여느 날들과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저녁 운동까지 마치고 노트북을 펼쳐 다음 날 있을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남편이 나오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다음 날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샤이니 종현의 죽음을.


특별히 열광적으로 그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샤이니라는 그룹에서 좀 더 좋아하는 멤버였을 뿐이다. 노래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좋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고 DJ를 하던 그의 목소리가 따뜻해서 좋았다. 그런 그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늘 웃고 있는 모습만 보여줬는데 사실은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니 더 안타깝다.



지난밤 종현의 기사를 찾아 읽느라 늦게 잠이 들었다. 즐겨 듣는 아침 라디오에서는 종현의 '하루의 끝'이 흘러나온다. 그가 없는 첫 하루가 시작된다. 다시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의 하루는 흐른다. 일을 시작한다.


아침 첫 수업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겨울바람이 거세게 부는 밖과 달리 버스 안이 따뜻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맑은 하늘에 쏟아지는 햇살이 눈이 부시다. 눈이 감긴다. 나른하다. 잠이 쏟아진다.


듣고 있던 음악이 끊기고 전화벨이 울린다. ㅈ이다. 옛 직장 동료인 ㅈ이 오랜만에 카카오톡도 아닌 전화를 한 것이다. 반갑고 놀란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다. 졸음이 사라진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안부를 주고받는다. 연말이라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그녀다. 하지만 어쩐지 그녀가 다른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정말 별 일 없어요?"하고 묻는다.

그녀는 주저하며 이야기를 꺼낸다.

"아... ㄷ이 갔어요."

"네? 어디로요? 어딜 가요?"

"하늘나라로요......."

"네?!"


뒤통수가 찌릿찌릿하다. ㄷ이 죽었다니 말도 안 된다. ㄷ은 우리 중 가장 어렸고 건강했다. 욕심도 많고 당찬 친구가 죽었다니 믿을 수 없다. 그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또 친하지도 않았지만 5년간 매일같이 봐오던 친구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니 충격이다. 도대체 왜, 어쩌다 ㄷ이 그렇게 되었느냐고 언제 그랬느냐고 질문을 쏟아낸다. ㅈ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ㄷ이 지난봄 다리를 다쳤고 그 후유증으로 뇌가 잘 못되었고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그렇게 됐다고 한다. 다리와 뇌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지만 그보다 감정이 앞선다. 여전히 그녀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ㅈ은 말을 계속 잇는다. ㄷ은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있다가 7월에 하늘로 갔다고.

'7월이라니, 여름이라니.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니.'

다니던 회사 앞을 지나칠 때면 늘 그녀를 생각하고는 했다. 회사 일에 열정적이던 그녀는 회사와 분리시켜 떠올릴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거기에서 여전히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 자리에,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차갑다. 헛헛하다. 그녀의 죽음을 늦게 알게 된 것조차 미안해진다.


ㅈ과의 통화는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야 끝이 난다. 겨울바람은 그 사이 더 세차 졌다. 마음속까지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엉클고 가듯 마음속을 휘젓고 지나가는 것 같다. 뱃속이 공허함으로 가득해진다. 별일 없을 줄 알았던 하루가 여느 날과 다른 하루가 된다. 옷깃을 여미고 마음도 여미고 두 번째 수업을 하러 간다. 집으로 돌아가면 꼭 혼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혼술과 함께 종현이에게도 ㄷ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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