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힘들다
C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동자를 가득 채운 눈물이 C의 볼을 타고 흐른다. C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는지 "나이 드니 눈물만 많아졌다"며 머쓱해한다. "네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하며 말해 보지만 조금 놀란 것은 사실이다. 20년을 알고 지낸 C다. 그녀가 우는 모습은 기억에 없다.
" 2-3년 동안 많이 힘들었어"
1년 여 만에 만난 C가 고백한다. 굳이 그 일이 무엇이었냐고 묻지 않고 위로의 눈빛을 담아 고개만 끄덕인다. 말하고 싶지 않은 힘든 일은 내게도 있었던 까닭이다. C는 나와는 생각이 다른 듯 한번 더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는 말을 반복한다. 아무래도 그녀는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니? 이제는 다 지났다고 하니까 말해 줄래?"
C가 눈물이 터진 것은 그때부터다.
지난 2-3년의 일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흘러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순간이 떠오르는 듯 말을 쉽게 잇지 못한다. 아버지와 동생이 벌인 일이 잘못되어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 되었었다는 C의 집안 이야기, 그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은 어머니. C는 그 모두를 돌봐야만 했던 것이다.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내색하지 않고 견뎌냈을 C의 아픔이 전해진다. "잘 지내니?"라는 인사에 "죽지 못해 산다"라고 했던 그녀의 카톡 메시지는 농담을 가장한 진심이었을지 모르겠다.
위로가 될까 싶어 그녀에게 내 상처를 꺼내어 놓는다. 힘들게 가진 아이를 두 번이나 잃은 이야기, 동생의 이혼소송으로 집안에 드리운 우울함을 알린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조금 괜찮아질까 싶어서다. 그때까지도 울고 있던 C는 눈물을 훔치며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알고 보면 문제없는 집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 누구나 나름의 걱정거리, 고민거리가 있지" C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씁쓸한 마음으로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신다. C는 과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까, 나는 C의 힘듦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의 상처가 더 깊은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시선이 찻잔에 머문다.
'힘듦이나 고통, 슬픔의 무게를 잴 수는 없겠지.'
C도 나만큼이나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을 정리한다. 찻잔에 머문 시선을 C에게로 돌린다. 그녀는 더이상 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