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
남편과 나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밥 먹어?" "출근해."같은 필요한 말만 할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치고받고 싸운 것도 아니고 고레 고레 소리를 지른 적도 없었다. 그냥 문득 그런 날이 찾아온 것이다. 사소한 서운함이 쌓인 것일지도 모르고 스트레스로 인한 만사 귀차니즘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지금도 모른다.
서로 입을 닫고 본체만체 지내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간다. 퇴근 후 세네 시간 남짓 함께하는 저녁 시간에도 우리는 각자 시간을 보낸다. 그도 나도 먼저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적막이 흐른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도 적막을 깨지 못한다. 결국 이어폰을 꺼내 유튜브를 본다. 이어폰을 타고 귀로 흘러들어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운다. 잠깐이지만 쓸쓸한 적막이 사라진다.
대화가 사라진 집은 공허해 너무도 크다. 뛰어다닐 아이도 반려동물도 없다. 오직 남편과 나 둘 뿐인 집. 그 집을 매우고 있었던 것은 쓸데없는 농담, 서로의 하루, 직장 동료의 험담 등등이었던 것이다.
"그때 회사 사람들하고 어디에 갔다고 했지?"
마트 가는 길에 남편의 일상을 묻는다. 무거운 적막을 더 이상 가져갈 수는 없다. 다행히 남편도 그동안 별일 없었다는 듯 이야기를 한다. 다시 그 수다가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 적막하다 못해 삭막했던 집이 이야기로 조금씩 채워진다.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