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휴가

크리스마스 즈음에 생각날 한 사람

by 아라온

느긋하다. 아점을 먹고 한바탕 수영까지 마치고 침대에 누었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빈둥거린다. 에어컨을 켜 놓은 호텔 방은 쾌적하다. 바깥에서는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의 즐거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분 좋은 느긋함. 저녁에는 뭘 먹고 어디를 갈지가 최대의 고민거리인 듯 남편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쥔 채로. 앞으로의 일은 예상치도 못한 채.


"너 지금 어디야?"

남편의 전화기 너머로 시누이의 목소리가 전해 온다. 화가 난 듯한 말투다. 그 순간,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어두워진 표정의 남편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말한다.

"아버지 위독하시대. 돌아가실 것 같대."

"그래, 지금 가자. 가야지."

여행은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중단되었다.


어렵사리 구한 인천공항행 비행기는 새벽 2시나 되어야 출발한다.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남편은 시누이와의 통화를 이어간다. 아직 괜찮으시다는 이야기, 휴가를 망쳐서 조금 미안하다는 이야기, 만약을 대비한 상조회사와의 연락 등에 대해 남매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의 내용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부디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고비를 잘 넘겨주시길. 마지막에 얼굴이라도 뵙고 인사드릴 수 있게 해 주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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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 눈을 떴을 때는 비행기가 곧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나서다. 옆에 앉은 남편을 슬쩍 바라보니 얼마 잠도 자지 못한 듯 초췌하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활주로를 배회하는 동안 남편은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한다. 그저 비몽사몽일 뿐인 내 어깨를 툭 치고는 그제야 입을 연다.

"아버지 돌아가셨대."

그는 울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고야 말았다.

"어떡해, 오빠"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눈물을 머금는다.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밀려온다.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것이 또 죄송하다. 지난번에도 고비를 한 번 넘기셨으니 이번에도 그러시겠지 했던 안일한 마음이 부끄럽다. 생전 마지막 뵈었던 아버님이 떠오른다. 기력이 쇠하셨음에도 미소 짓던 아버님의 얼굴이. 떠날 때 또 오겠다는 내게 "재미있게 살아라"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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