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동창

같은 기억을 나눈 친구

by 아라온

핑클 덕분이다. 핑클 멤버 모두가 모여 캠핑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TV에서 방영되고 있었다. 핑클과 비슷한 나이로 그 시기 고등학생이던 우리는 저마다 집에서 '캠핑 클럽'을 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핑클이 20년 전 추억을 꺼내놓을 때 우리도 20년 전의 우리 모습을 떠올렸다.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던 친구들을 말이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친구들이 보고 싶어 졌다.


마침 친구의 생일이다. 생일이나 되어야 단톡방 알림이 울린다. 생일을 축하하며 전에 없이 한 번 만나자고 제안한다. 제안이 끝나기 무섭게 그러자고 이번에는 좀 만나자고 거든다. 날짜와 장소를 정한다. 아이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오랜만에 카톡방이 시끌벅적하다.



완전체는 5년 만이다. 친구 다섯 명이 다 같이 모이는 게 말이다. 고작 5명인데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 정도로 각자의 삶이 바쁘다. 마음의 여유를 가질 틈이 없거나 체력이 안 돼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것이다. 모두 선뜻 시간을 내 만난다.


반갑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인데도 어색하지 않다. 아기 엄마라지만 여전히 내게는 여고생처럼 보인다. 친구의 말투는 그 시절 그대로다. 맞장구치기 좋아하는 K는 여전히 앞사람의 말을 반복하며 흥을 돋운다. 심드렁한 말투의 N도 그대로다. 40이 코앞인데도 Y는 아직도 순둥이 말투다. 20년 전에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던 E는 지금도 야무지다. 변하지 않은 친구들 성격에 20년 전 모습이 자꾸 겹친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시락을 까먹던 순간, 봄이 되면 먹을 것을 싸들고 벚꽃구경을 가던 기억, 생일이면 피자집이나 즉석 떡볶이집에 가고 노래방에 가서 놀던 기억, 함께 등하교를 하며 나눈 사소한 순간과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 기억들이.


현재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시절 그 순간이 머릿속에서 스치기를 반복한다. 비슷했던 우리가 더 이상 비슷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사실이 또 새삼 낯설어 현실로 돌아온다. 삶이 달라 생각도 달라진 친구의 모습은 조금 낯설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한다. 달라진 친구를 그대로 받아 들인다. 친구의 생각을 반박하지 않는다. 성향이 다르다고 친구가 더 이상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기에는 그 친구와 나눈 수많은 기억이 존재한다. 한때는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는 사실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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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멤버들은 모두 한 번은 눈물을 쏟았다. 세월의 무상함이나 과거의 미안함, 속마음 등을 나누며 그들 말대로 '주책맞게' 눈물을 보였다. 주책맞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핑클의 사생팬도 아닌데 그들이 눈물을 보일 때면 같이 눈물을 흘렸다. '나이 들어서 눈물이 많아졌다'는 핑클의 말처럼, 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는 다행히도 울지 않았다. 여고생들이 언제 이렇게 나이 들었나 하는 아련한 마음만을 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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