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예찬

작은 너를 위한 글

by 아라온

아이가 우당탕탕 거실을 내달려 온다. 와락 내 품에 안긴다. 잠잘 때를 빼고는 항상 활기가 넘치는 3살 남자아이는 수개월 만에 본 고모를 반갑게 대한다. 불완전한 발음으로 '고모'를 부르는 아이를 꼭 안아 본다. 조카는 이내 품을 빠져나가고 다시 발을 폴짝폴짝 들며 뛰어다닌다. 조용한 집이 모처럼 시끌벅적하다. 아래층에 사는 이웃에게까지 윗집 손주가 왔음을 알린다.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1년쯤 살았다. 걷지도 기지도 못하던 아기가 이제는 아이가 되어 뛰어다니는 것을 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래서 말리지 않는다. 조카가 있는 단 하루는 예뻐하기만도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 마' '안돼'라는 말을 할 시간은 없다. 물론 아래층 이웃이 좋은 사람들인 덕도 있다.



할머니는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버리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의 손때가 묻은 장난감을 집어 들고 놀이에 빠진다. 뽀로로 자동차와 경찰차, 기타 다양한 자동차들을 모두 꺼내 놓고 줄을 세워 놓는다. 차를 밀고 보내며 혼자 놀이에 빠진다. 그런 아이에게 다가가 같이 자동차를 민다. 알 수 없는 아이의 말에 대꾸하며 아이의 눈을 바라본다. 고모가 많이 사랑한다고 눈빛을 전한다.


아이와 함께 고무 공놀이를 한다. 공을 위로 던졌다가 받는 단순한 놀이에도 아이가 즐거워한다. 까르르 웃는다. 아이의 그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 얼굴에 퍼지는 미소가 보기 좋다. 신이 난 아이와 함께 덩달이 기분이 좋아져 한참을 공놀이를 한다.


"작은 수박이 어디에 있지?"

"OO이 먼저 찾나? 고모가 먼저 찾나?"

아이의 손을 잡고 장난감을 찾는다. 아이가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억양을 따라 한다. 조카는 말이 느리다. 그래서 쉼 없이 조카에게 이야기한다. 빨리 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조카는 고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고모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이다.


아이가 내 등 뒤로 온다. 몇 번의 놀이 후 친밀함을 느꼈는지 더 가까이 다가와 고모의 눈을 가린다. 고모가 안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내 눈을 가렸다 뗐다를 반복하며 내 등 뒤로 숨는다. 그러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까꿍 하는 것이다.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함박 웃음이 절로 나온다.


조카가 할머니 앞에 앉아 '작은 별'을 부르기 시작한다. 한 번 불러 보라고 얘기하면 최소 5번은 반복한다. 그 누가 따라 부를라 치면 손을 앞으로 뻗어 휘저으면서 '아니, 아니야'를 똑바로 외친다. 그 말만은 어눌하지 않은 발음으로 정확히. 노래를 마친 아이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춘다. 아이는 신이 나 '까르르' 웃고 어른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어 '아하하' 웃는다.



조카는 돌아갔다. 작은 아이가 남긴 여파가 큰 집에 가득하다. 다시 조용해진 집안, 아이가 어질고 떠난 흩어진 장난감들. 곳곳에 아이가 스친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사랑스러운 조카야, 다음에 볼 때까지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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