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
웃는 사람은 없다. 날은 차가워졌고 사람들은 옷을 두텁게 껴 입고 거대해졌다. 거대해진 몸에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지만 그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다. 표정이 없어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아무런 표정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버스 기사님은 연신 인사를 건네고 있다. 출근길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올라타는 승객 하나하나를 향해 웃어 보인다. 에어팟으로 귀를 막은 승객들은 그러나 경쾌한 기사의 인사를 듣지 못하고 무심히 카드를 대고 그의 앞을 지난다. 무안할 법도 한데 기사님은 인사를 멈추지 않는다. 버스에는 점점 더 많은 승객들이 올라타고 듣지 못했던 그 인사를, 자신을 향했던 것과 같은 똑같은 인사를 반복해 듣게 된다. 어쩐지 기사님에게 미안하다. 새로 버스에 타는 승객이 부디 기사의 인사에 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승차문을 바라본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기사님을 그냥 지나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례를 해 준다. 다행이다 싶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때 "안녕하세요?"하고 크게 인사하는 이가 올라탄다. 내게 인사를 건넨 것만큼이나 반갑다.
"안녕히 가십시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버스 기사님은 승객들이 내릴 때에도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앞문에 있는 자신과 뒷문으로 내리는 승객의 물리적 거리를 생각해 더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기사님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하차하는 승객이 응답한다.
피곤한 출근길이 버스 기사님 인사 덕분에 조금은 흥겨워진다. 삭막한 버스 안이 인사로 따뜻해진다.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미소를 짓는다. 무심한 눈빛에 온기가 돈다.
오후 3시, 버스는 졸리도록 한가롭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꾸벅꾸벅 졸다가 급정거에 눈을 뜬다. 정체 없는 시내 도로를 버스는 쌩하니 달리고 있다. 기사는 정류장이 나타나면 급하게 핸들을 꺾어 섰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가한 버스에 잠시 사람이 붐빈다. 역과 연결된 정류장에서 우르르 승객들이 버스에 오른다.
"OO에 가요?"
한 승객이 묻는다.
끄덕끄덕. 기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OO에 가요?"
한 번 더 승객이 묻는다.
"타! 타라고!"
신경질 적인 반말로 기사가 답한다.
내게 한 말도 아닌데 기분이 상한다. 버스에 오른 승객 역시나 무안했던지 혼잣말인 듯 아닌 듯 소리 내어 이야기한다.
"처음이라 잘 몰라서 물어봤어요, 아저씨!"
기사는 답이 없다.
같은 노선의 버스에서 전혀 다른 두 광경을 마주한다.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태도로 일을 한다. 한 사람은 기사님이라 불려 마땅하고 한 사람은 그냥 아저씨라 부르고 싶다. 기사님은 그 후로도 여전히 승객들에게 인사를 빼놓지 않고 계신다. 그분의 차에 오를 때면 음악 볼륨을 줄이고 함께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사소한 것에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별 것 아닌 것에 하루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