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그런 곳이잖아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

by 아라온

도시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뉴욕은 패션 피플들의 세련됨과 월스트리트의 냉정함으로, 홍콩은 화려한 야경에 어우러진 쇼핑의 천국으로, 로마는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바르셀로나는 축구와 가우디로 대표되는 뜨거움으로. 그리고 파리는, 로맨틱함으로. 나 아닌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에밀리'에게도 파리는 그렇다.


시카고에 사는 에밀리는 파리로 파견근무를 간다. 남자 친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지만 에밀리는 주저하지 않고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자신하며 파리로 간다. 에밀리의 파리행을 전화로 알게 되는 남자 친구는 시카고 거리에 서 있다. 빽빽한 고층건물 사이로 매서운 시카고의 바람이 부는 듯 스산함이 화면 밖으로 전해진다.


파리로 온 에밀리는 새로운 일과 새로운 도시에서의 삶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프랑스어는 한 마디도 못하지만 통역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한 두렵지 않다. 파리의 아파트에서, 거리에서, 패션쇼에서 쉴 새 없이 인스타 그램에 'Emily in Paris'를 해쉬태그로 올리는 그녀의 삶은 인스타그램 필터가 씌워진 듯 따사롭다.


프랑스에서 그녀의 삶이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 회사에 인수된 프랑스 홍보회사 '사부아르'는 미국인인 에밀리에게 적대적이다. 프랑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자신들의 회사를 미국식으로 만들까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적극적으로 일하려는 에밀리를 '사부아르' 직원들은 무시하거나 따돌린다. 살기 위해 일하는 그들의 눈에 에밀리는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 부인이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부터 에밀리는 동료들과 조금 가까워진다. '너 좀 하는구나'하는 동료들의 태도에 에밀리도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이후로도 에밀리는 미국 국민 아이돌 가수의 파리 방문 뒤치다꺼리와 파리 최고 의상 디자이너 피에르 가도의 패션쇼를 맡으면서 동료들의 신임을 쌓아간다. 끝까지 마음을 열어주지 않던 상사 '실비'까지도.


그녀가 자신하던 장거리 연애는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사랑의 도시에서 유독 외로워지는 에밀리는 주변의 조언대로 파리 남자를 만나보기로 하고 열린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파티에서 만난 남자는 저질이고 고상한 교수는 또 너무 잘나서 탈이다. 결국 아래층에 사는 요리사 가브리엘에게 마음이 계속 기운다. 그 역시도 에밀리가 어려운 순간마다 나타나 도와주거나 그녀가 만나는 남자에게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문제라면 그 둘 사이에는 에밀리의 친구이자 가브리엘의 여자 친구인 '카미유'가 끼어 있다는 점이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며 에밀리와 함께 파리 구경을 한다. 파리의 빵집을 가고,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공원을 거닐며, 몽마르트르를 오른다. 침대에 누워 파리를 여행한다.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파리를 기억해 낸다. 모처럼 들뜬 마음은 시리즈를 한 번에 다 보게 만든다. 그녀처럼 예쁜 옷을 입고 다시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 일상을 기다리며 어느 새벽녘 그렇게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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