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기간

어린이집에 간다

by 아라온

아이들은 놀이터에 가는 줄로만 안다. 엄마가 아침일찍부터 옷을 갈아입히고 신발을 신겨 나가자니 그저 신이 난듯하다.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간다. 드문 아침 외출에 상기된 아이들이 제법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옹알이를 한다. 아침 공기가 기분 좋게 선선하다.

"우리 아가들 오늘부터 어린이집에 가는 거야."


알록달록 귀엽고 예쁜 장식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 진다. 유모차에서 내려주자 첫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들어간다. 경계심이 강한 둘째는 엄마가 옆에 있는지를 확인하면서도 주위를 관찰한다.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기대고 만지는 첫째는 어느새 무리에 섞여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낯선 환경이 어색한 듯한 둘째는 엄마 근처를 맴돌 뿐이다. 선생님이 다가와 말을 걸면 엄마 품으로 더 파고만 든다. 첫째와 둘째가 바뀐 게 아닌가 싶게 집에서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


등원 첫째 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원장님 지시대로 둘째를 데리고 이리저리 가 본다. 경계심이 조금 풀린 것 같은데 이제 잠이 온다. 둘째를 품에 안고 재운다. 집에서 보통 자던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첫째는 졸음을 이겨낸 채 놀이에 빠져 있다. 집에는 없는 자동차를 손에 들고 엄마에게 자랑하러 달려온다. 한 명이라도 적응을 바로 해 다행이다 싶다.


이튿날에는 조금 더 일찍 등원을 했다. 다행히도 둘째가 졸려하지 않는다. 전날과 달리 엄마 곁을 잠시나마 벗어나 장난감을 향해 다가간다. 친구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원장님은 "이제 괜찮아졌다. 됐다" 말씀하신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에서 같이 2시간가량을 함께 보내야 한다.


셋째 날, 여전히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는 걸 즐거워한다. 아직 말을 못 하니 잘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이들과 30분 정도만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첫째는 노느라 정신이 없고 둘째도 제법 엄마를 찾지 않고 놀잇거리를 찾아다닌다. 아이들에게 짧은 작별 인사를 하고 2시간 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아이들이 잘 놀고 있다는 원장님의 카톡과 사진, 영상에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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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기간은 짧으면 3일, 길면 5일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의 적응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4일째 등원 길에 쇼윈도에 비친 나를 보며 생각한다. 그동안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오후 시간을 혼자 아이들과 보내려니 몸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넘치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온종일 감당하기에 내 몸은 너무도 노쇠했다. 지친 얼굴이 원장님께 보였던 것인지,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에 들어가려는 찰나 원장님이 말을 건넨다. "오늘은 그냥 가 보세요. 이따 12시 반에 오세요."

마스크 안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눈은 이미 반달이 되었다.


5일째, 이제 공식적인 적응 기간이 끝나는 날이다. 하지만 원장님은 아이들의 생활패턴이 어린이집 일정과 맡지 않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적응해 보자고 말씀하셨다. 내 몸은 힘들지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아직은 아기인데 밀어붙일 수도 밀어붙인다고 될 일도 아니니 말이다. '이번 주만 잘 버텨보자' 굳게 마음을 다잡는다.


짧아서 더욱 소중한 아침나절의 자유시간을 보낸다. 휴대폰은 소리를 제일 크게 해 두고 옆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다. 혹시 모를 어린이집 호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잘 놀고, 먹고, 싸고 있다는 소식과 사진, 동영상이 간간이 들어온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3시 30분에 와 주세요."

"할렐루야!"

그 메시지 하나에 쾌재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갑자기 생긴 여유로운 자유 시간에 마음이 들뜬다. 날이 꾸물거려도 약속이 없어도 그저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커피를 한잔 더 내려 마시고 하지 못했던 공부도 하고 브런치도 열어 본다. 아이들이 등원한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계획해 본다. 마침내 봄이 왔다. 창밖에 벚꽃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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