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일과 육아 사이에서

by 아라온

어김없이 힘든 오전이었다. 유아식 먹이기로 전쟁을 한 번 치르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 첫째를 달래느라 진을 빼고, 자기도 봐달라는 둘째도 신경을 쓰고 났더니 머리는 멍하고 마음에는 울화가 가득하다. 이제는 나를 돌봐야겠다. 시터가 오고 집을 나온다. 잠시라도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쉬어야만 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간신히 세수만 하고 부스스한 머리를 올려 묶은 채다. 별다를 것 없는 창밖 풍경이 오랜만이라 낯설다. 얼마나 오랫동안 밖을 나와보지 않았던 것인지 새삼 놀랍다.


목적지 없이 나왔더니 마땅히 갈 데가 없다.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적당히 많은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간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앉아 커피를 마신다. 집에서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바닐라 라테를 시켰다. 적당히 달콤한 바닐라 시럽과 우유 거품에 화를 녹여본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타인들을 구경한다. 집이라는 세상에만 갇혀 있는 듯 답답했던 마음에 숨통이 트인다. 옅어지는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카오톡을 열어 학원에 연락한다.

"저 다시 일하고 싶어요!"


다행히 잊히지 않았다.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은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강의를 제안해 왔으니 말이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 90분 강의. 매일은 체력적으로 힘이 들게 분명했지만 괜찮다 말했다. 피폐해져 가는 정신을 위해 체력을 모른 채 했다. 90분 강의를 위해 왕복 3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베이비시터에게 도움을 받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지만 무시했다. 당장은 미치지 않고 싶었으므로. 그렇게 15개월 만에 집이라는 세상 밖으로 나와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는 첫날은 사회초년생이 된 듯 설렜다. 출근길이 즐겁고 퇴근길이 뿌듯했다. 한국어 강사로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는 게 즐겁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더 재미있고 실용적인 수업이 될까 고민하는 시간이 좋다. 잠시지만 아이들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엄마'가 아닌 '선생님'으로서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아이들과 보내는 매 순간이 기적임을 깨닫는다. 과거의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문제는 체력이다. 아침에 아이들을 돌보고 출근을 한 후 돌아와 청소를 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꽉 찬 하루다. 정신이 건강해지니 몸이 축나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닐 때나 느끼던 만성피로가 어깨를 짓누른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곯아떨어지기 일쑤 더니 기어이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야 말았다. 임파선과 편도가 붓고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쉬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매일 아침 새롭게 파이팅을 홀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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