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너의 울음이 번진다

by 아라온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에 창문을 닫는다. 창문가에 가까이 다가서니 들개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낮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들개가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존재를 드러낸다.

"워얼~ 월월~~ 워얼~"

불 켜진 아파트를 향해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창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우렁차지만 슬픈 듯한 너의 울음소리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서도 들리는 너의 울부짖음이 굳게 닫힌 창문을 너머 내 귓가에 울린다.


도시는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신도시와 교묘히 맞닿은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위가 온통 공사판이다. 4 베이의 신축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크레인과 포클레인, 그리고 쌓인 흙더미뿐이다. 본래 산이었던 곳을 허물어 대지를 만드는 중이다. 이 동네를 아늑히 감싸주는 야트막한 산. 그 산은 이제 반토막만 남았다. 그 산의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이어지던 밭과 다시 또 시작되는 옆 동네 산은 이제 사라졌다. 우리 동네 산보다 먼저 허물어져 벌써 아파트가 꽤 올라왔다. 신도시 3차 분양 아파트가 완공을 1년 여 앞두고 분주히 올라가고 있다.


아파트가 지어지는 그 자리에는 작은 공장과 철물상들이 있었다.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 있었던 탓인지 거의 대부분 개들을 키웠다. 아파트 개발에 가게 터를 내어 줄 수밖에 없던 그들은 개를 남기고 갔다. 갑자기 주인을 잃은 개들이 산책로에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을 테고 사랑이 그리웠을 테다. 보기에는 무서워 보이는 큰 녀석들이 짖지도 않고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버려진 개들이 안타까웠던 주민들이 먹을 것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모여드는 개들. 그리고 더 개발되는 동네 주변. 더 이상 주민들은 견디지 못했고 산책로 주변 들개 출현이 문제로 떠올랐다. '들개 조심'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었고 구청에서도 손을 쓴 듯했다. 들개들은 더 이상 산책로에 나타나지 않았다.


들개들은 어디로 갔을까. 주민들은 반토막 남은 산에서 종종 그들을 봤다고 했다. 어둑해지면 녀석들이 무리를 이뤄 나타난다고 했다. 사람을 따르던 개가 야생화 된 들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들개는 본래 자신들이 살던 땅으로 돌아간 듯했다. 산은 사라지고 나무 한 그루 없는 붉은색 흙만이 남았지만 들개는 냄새를 기억하고 그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내 개발이 시작되었고 중장비 차들이 들어왔고 인부들에게 쫓겨났음이 분명하다. 들개는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왔다. 그 사이 들개는 변해버렸다. 사람들을 따르던 모습은 사라지고 경계하며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낮에는 그들이 있는지도 모르다가 밤이 되면 그들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직 터 닦기가 끝나지 않은 우리 동네 공사터에서 그들이 숨어 지내고 있다. 중장비가 들어오지 않은 황무지 같은 곳에서 그들만의 터전을 마련했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큰 개는 무섭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한 밤중 적막을 깨는 들개의 울음소리는 무섭다기보다는 처량하다. 밤이 다 샐 때까지도 쉬지 않고 우는 들개는 인간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만 같다. 자기를 버리고 간 첫 주인에 대한 원망인지, 자기를 걷어차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환멸인지, 배고프니 먹을 것 좀 달라는 것인지, 여기 내가 있으니 나를 좀 봐달라는 것인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이라 밤새 울만큼 할 말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들개를 아파트 상가 앞에서 마주쳤다. 아니 마주쳤다기보다 10미터 즈음 떨어진 곳에서 봤다. 녀석은 젖이 불어 있었다. 그럼에도 개가 무서워 재빨리 길 건너편으로 가 녀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한 개가 편의점 쓰레기 상자에 머리를 박고 떨어진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있었다.


인간의 탐욕은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게 고통을 준다. 한밤 중 울부짖는 들개 소리에 마음이 괴롭다. 너희를 괴롭게 한 인간과 같은 종이라서 그저 부끄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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