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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 Nov 18. 2019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나요?

회사를 쉬는 동안, 경제적 또는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이 향한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마주쳤다. 번역 학원 선생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업하시던 의류 디자인 선생님, 퇴사하고 플로리스트가 된 선배,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언니, 매주 만나는 요가 선생님. 그들이 그 일을 하는 이유는 '일 자체가 좋아서'였다. 힘든 점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사회적/경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허전함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왠지 그들의 삶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들처럼 내가 하는 일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 일을 하면서 즐거운 기운이 뿜어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반면, 학창 시절 친구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그 직업을 선택하고 이어나가고 있는 이유는 예상 밖이었다. 그들은 그 직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보람 또는 즐거움보다는 그 직업을 가짐으로 인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중요하다고 했다. (심지어 일에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은 전혀 상관없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나 000 일해요' 또는 '나 돈 000만큼 벌어요'라고 말할 때가 그 직업을 통해 가장 큰 기쁨을 얻는 순간이라고 했다 (물론,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일하는 시간을 싫어했고, 일을 하지 않을 때 즐거워했다.


사람마다 우선시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직업에 대한 동기가 이런 이유일 경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밤 문득,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려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그 목적을 위해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아무나 쉽게 들일 수 있는 노력이 아니며, 사회가 특정 개인에게 강제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런 직업들은 사회에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되는 직업인 경우가 많다. 결국, '일 자체가 좋아서'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win-win인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그 사람이 해당 직업으로 인해 주어지는 의무, 즉 '기본적인 직업정신'은 가지고 일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의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어떤 의사가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환자의 병을 잘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괜찮지 않을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가 꼭 '숭고'하거나 '낭만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더 중요시하는 이들은 그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직업을 통해 마음을 채우고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충분히 채워지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것(보람, 즐거움 등)으로 마음을 채우며 살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답인지, 나에게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주는 일을 하는 것이 답인지에 대한 일률적인 정답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가치 인지에 대한 선택과 정의가 있을 뿐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다.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며 (목표하는 바가 어떤 가치이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자유롭게 노력하고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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