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쉬는 동안, 경제적 또는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이 향한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마주쳤다. 번역 학원 선생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업하시던 의류 디자인 선생님, 퇴사하고 플로리스트가 된 선배,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언니, 매주 만나는 요가 선생님. 그들이 그 일을 하는 이유는 '일 자체가 좋아서'였다. 힘든 점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사회적/경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허전함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왠지 그들의 삶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들처럼 내가 하는 일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 일을 하면서 즐거운 기운이 뿜어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반면, 학창 시절 친구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그 직업을 선택하고 이어나가고 있는 이유는 예상 밖이었다. 그들은 그 직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보람 또는 즐거움보다는 그 직업을 가짐으로 인해 얻게 되는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중요하다고 했다. (심지어 일에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은 전혀 상관없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나 000 일해요' 또는 '나 돈 000만큼 벌어요'라고 말할 때가 그 직업을 통해 가장 큰 기쁨을 얻는 순간이라고 했다 (물론,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일하는 시간을 싫어했고, 일을 하지 않을 때 즐거워했다.
사람마다 우선시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직업에 대한 동기가 이런 이유일 경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밤 문득,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려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그 목적을 위해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아무나 쉽게 들일 수 있는 노력이 아니며, 사회가 특정 개인에게 강제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런 직업들은 사회에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되는 직업인 경우가 많다. 결국, '일 자체가 좋아서'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win-win인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그 사람이 해당 직업으로 인해 주어지는 의무, 즉 '기본적인 직업정신'은 가지고 일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의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어떤 의사가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수술을 했다 하더라도, 환자의 병을 잘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괜찮지 않을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가 꼭 '숭고'하거나 '낭만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더 중요시하는 이들은 그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직업을 통해 마음을 채우고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충분히 채워지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것(보람, 즐거움 등)으로 마음을 채우며 살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답인지, 나에게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주는 일을 하는 것이 답인지에 대한 일률적인 정답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가치 인지에 대한 선택과 정의가 있을 뿐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다.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며 (목표하는 바가 어떤 가치이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자유롭게 노력하고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