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는 '기성세대의 잔소리'라는 부정적인 말을 (귀엽게) 표현하는 말이다. 이 Latte is horse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매일 마시는 "카페라떼"에 대한 글이다.
집에서
나는 매일 라떼를 한잔씩 마신다. (더 마시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날씨나 계절과 상관없이 주로 얼음을 넣은 아이스라떼를 마시는데, 추운 날 집에서 혼자 라떼를 마실 때는 따뜻한 라떼 (a.k.a 따라)를 마신다. 나의 "따라"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신혼초에 큰맘 먹고 장만한 "네스프레소 크리아스타 플러스". 혼수를 들일 때, 미니멀한 삶을 좋아해서 필요한 것, 필요한 것들 중에서도 적당한 가격인 것만 장만했는데, 커피 머신만은 왠지 욕심이 났다. 라떼를 만들 수 있는 머신을 사고 싶었다. 맘에 드는 머신이 없어 여기저기 발품을 팔던 중, 신세계백화점에서 발견한 이 멋진 머신은 내 마음을 홀라당 불태워버렸고, 1주일 뒤에 우리 집 거실 정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머신은 불량품인지... (내가 뭔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멋진 외관과 다르게 가끔 작동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수리를 두세 번 맡겨 보았지만, 매번 이상 없다는 진단만 받고 다시 돌아왔다. 조금 짜증 나게 여러 번 시도해야 할 때가 있지만 결국에는 내 우유를 잘 데워주는 사랑스러운 머신. 우리 집에 있는 물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서
대학생일 때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숨죽이고 공부만 해야 하는 독서실이나 자그마한 기숙사 방은 답답해서 싫었고,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과방이나 동아리방도 싫었다. 나만의 카페를 찾는 작은 여행도 즐거웠다. 공부하기 좋은 카페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다. 다행히도 커피 맛에 예민하지 않은 편 (=커피 맛을 모르는 인간)이라 커피 맛은 제한 조건에 없었다. 지금 홈카페를 즐길 수 있는 이유도 커피 맛에 예민하지 않기 때문인 듯. 너무 사람이 많거나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곳,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 곳, 의자가 불편한 곳은 피했다. 공부하기 싫거나 우울한 날은 특별식(?)으로 카페모카나 바닐라라떼를 마셨고, 대부분 라떼를 시켰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라떼는 내 아침을 열어주는 음료였다. 회사에서 팀원들과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매번 누가 어떤 메뉴를 주문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재밌었다. 나처럼 라떼를 시키는 사람들이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혈액형처럼 별 근거 없는 분류일지도 모르겠지만. 라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성격이 부드러운 것 같았다. 부드러운 라떼의 맛이 인생에도 반영된 건 아닐까. 인생이 부드러우니 부드러운 라떼를 좋아하게 되고, 부드러운 라떼를 마시니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이런 선순환은 아닐까? 하며 혼자 말도 안 되는 이론을 만들어보았다.
장소와 시간을 초월해 함께해온 라떼.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