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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Apr 22. 2020

읽그 01.<아무튼, 떡볶이>

요조 지음 / 위고

사랑한다, 국물 떡볶이




떡볶이는 나를 무던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이다. 떡을 씹으며 내 속의 둥근 부분을 확인하곤 한다. 참기름을 바른 듯한 미끄러운 밀떡도, 쫄깃한 쌀떡도 좋다. 양념 속에서 깜빡 곯아떨어진 것처럼 불어있더라도 크게 괘념치 않는다. 떡볶이를 먹을 때의 나는 까다롭지 않다. 


맛과 질감의 차이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 입안으로 떡볶이를 밀어넣을 때면 그 어떤 음식을 먹을 때보다 빨리 들어간 재료를 인식하고 희망사항을 떠올린다. 다년간의 데이터베이스, 즉 그동안 후후 불어가며 씹어 삼킨 떡과 어묵, 각종 채소들 덕분이다. 대단치 않은 생각들이다. 아, 양념이 조금만 더 떡에 배였다면, 아, 조금만 덜 불었다면, 조금만 달콤한 맛을 더했다면, 과 같은 아쉬움들이다. 떡볶이를 먹을 때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안다. 


나름의 기준은 있지만 굳이 그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저 모든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좋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건 퍽 기쁜 일이기도 하고. (롱 타임 노 씨) <아무튼, 떡볶이>를 쓴 저자 요조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다 좋아해요!"

밀떡도, 쌀떡도, 매워도, 달아도, 불어도, 짜도.

떡볶이뿐만이 아니다.

"요조 씨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그럼 나는 대답했다.

"다 좋아해요!"

"요조 씨는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그럼 나는 대답했다.

"다 좋아해요!"

(p.144)



처음으로 도서관의 드라이브 스루 대출 시스템을 이용해봤다. 빌려온 책들 중 처음으로 요조가 쓴 <아무튼, 떡볶이>를 읽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는 '아무튼'시리즈에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책은 'A는 정말 대단하고, A를 좋아하는 나도 정말 대단해!'라고 거들먹거리거나, 'A를 체계적으로 파헤쳐보겠어, 좋아, 가자!'라고 비장하게 말하지 않는다. 역시,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 답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만 자신의 어조로(사실 이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확신할 순 없다.) 한 공간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듯(물론 한 자리에서 책 한 분량의 이야기를 듣는 걸 반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채록 중인 언어학자라면 또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말을 이어간다. 써놓고 보니 '아무튼' 시리즈가 공유하는 공통점인 것 같다. 


혹시 이 책을 읽었던 사람이 스쳐가듯 이 글을 읽어준다면, 저자의 문체에 감명받은 내가 의도적으로 그를 따라 해 보려고 애쓰는 것을 눈치채 주었으면 좋겠다. 실명을 거론하거나(저자의 부모님도 피해 갈 순 없었다), 실명 뒤에 괄호를 열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런 추가 정보는 객관적인 사실에서 작가가 받은 주관적인 인상의 영역으로 종종 옮겨간다. 예를 들어 괄호 안에 '피디'로 표기됐던 등장인물은 몇 장 뒤에서 '에너자이저 1'이 되고, '친구'는 '원수'가 된다.)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 글에서 따라 하기엔 버거웠다. 각주를 쓰는 것은 사실 좀 귀찮았다. 그래서 독특한 어투를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의도가 늘 성공으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한줄평

- 다음 끼니는 떡볶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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