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1일 작성
연초부터 제안이 들어와 진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음식이나 요리에 관련한 이야기 만들기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작업이 4개 정도 있는데, 어떤 의도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음식이나 요리를 통해 말하는 방식이 여간 어색하지 않아 고민이 되곤 한다. 말하기에 신경 쓰기보다 행위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 같다.
주방은 이제 내게서 뗄 수 없는 공간이고, 그 안에서 편안하기 그지없다. 처음의 요리는 그저 순수한 즐거움이었고, “관계 맺기”라는 것은 의도라기보다 만든 음식을 먹고 나누면서 지극히 자연스레 이뤄지는 과정이었다. 그냥 상을 차리지 않고, 행사의 성격을 나름대로 쉽게 해석해 예쁘게 차리는 일도 순수한 즐거움에서였다. 그러는 와중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주방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해석이 붙어 문화 예술계에서 프로그램의 색다름과 모객을 위해 요리나 음식을 이용한 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관한 제안이 올해 유난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것도 어쩌면 한때의 흐름 중에 하나겠지만, 요리나 음식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소 거창해 어색하거나, 요리나 음식에 관한 일을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보고 (삶과 동떨어진) 하나의 분야에 가둬 해석해 제안하는 경우는 그 기대와 제안이 내게 맞지 않은 듯하여 부담스러울 때가 적잖이 있다.
새로운 제안들은 늘 가슴 떨리는 일이지만, 계속 확장되는 제안들 안에서 ‘나는 음식과 요리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가? 아니, 있던가?’ , ‘음식과 요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던가?’, ‘끈질기게 답을 찾는 궁금증이 있던가?’, ‘나는 왜 요리하나?’, ‘예술은 왜 내게 자꾸 질문하는가?’,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 ‘예술가는 무엇이고 요리사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지게 된다.
그동안 살기 위해서 요리했고, 즐거움으로 잘 차렸다. 기타의 일은 할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은 영역을 상관하지 않고 맡아 진행했다. 거기에 의미를 붙이고 새로운 제안들을 만들어 보내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제안이든 관계든 처음부터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가 해석이나 기획 방향의 자연스러움이다. 아무래도 이런 제안들로 뭉게뭉게 떠오르는 질문에 대해 간결하고 명쾌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올해의 숙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