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글
<홈그라운드 생활>은 홈그라운드 통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또는 화요일, 운영 공지를 하며 쓰는 공지글은 손님들에게 안부를 묻거나 홈그라운드 음식에 관한 이슈를 던지는 일종의 편지라고 정하고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제를 가진 메뉴를 구성해 음식을 차릴 때는 그와 관련한 내용으로 인사를 시작하였고,
여러 가지 위기와 어려움을 겪을 때는 마음을 다스리며 날씨와 생활, 안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한고비 한고비 변화의 과정을 홈그라운드는 제법 유연하게 겪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곡차곡 쌓이는 세상의 위기와 정체감에 음식을 다루는 홈그라운드 생활을 충분히 즐거워하고 꾸준히 영위하기가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었답니다. 그럴 때마다 멀리서 보면 이것도 인생의 일부 이리라 추측하고 견디며 매일을 살아내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인 양 살아오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더 큰 위기들을 구비 구비 흘러온 것이 사람의 인생이니까요.
계절이 바뀌는 덕으로 만날 수 있는 산물이 다양하다는 것을 어지간히 먹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고, 대지와 바다에서 얻는 신선한 재료들이 이런 인생의 굴곡에서 잠시 떨어져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치유제인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홈그라운드의 구성원도 오고 가는 계절처럼 바뀌기도 했지만, COVID-19 발생 이후, 구성원의 손길과 정성으로 윤을 내고 모습을 갖춰 온 델리숍의 메뉴와 이야기를 <홈그라운드 생활>을 통해 하나씩 말해볼까 합니다.
채소를 듬뿍 사용하는 정성스러운 한 병의 소스와 한 그릇의 음식을 만드는 데에 얽힌 기쁨 슬픔 따뜻함 고됨에 관한 이야기와 그렇게 나온 소소한 레시피들이 매일 자신을 잘 먹여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렇게나마 안위를 기원하고 안부를 전합니다.
그럼, 2021년 8월 20일 통신을 시작합니다.
홈그라운드에서 안아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