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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Sep 26. 2021

에이코의 감샐(감자 샐러드)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작성

안녕하세요. 홈그라운드의 안아라입니다.

지난 8월 20일 뉴스레터의 시작 글을 작성한 뒤로 한 달이 넘어 첫 번째 뉴스레터를 발신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홈그라운드에 생긴 나름의 변화와 사건들에 집중해 홈그라운드의 구성원들과 좀 더 나은 방향에 대해, 어쩌면 "홈그라운드"라고 명명하기 시작한 저 자신을 위해 가장 고심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홈그라운드 델리숍은 아시다시피 현재 가을 방학 중이어요.

잠시 멈추고, covid-19가 발생한 뒤, 없어진 행사일을 잠시간의 델리숍 운영으로 바꿔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년이 못 되는 기간 동안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 "지금", 음식을 다루는 사업자로서, 여느 때보다 오래 여러 사람들과 작업장에 상주하며, 애써 온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면, 그 애씀과 고민들의 가장 주된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였어요.


그리고, 뉴스레터의 첫 번째 주제로 에이코 상의 음식을 소개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저 질문에 무엇보다 따뜻한 응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이후로 김혜미, 엄호상, 장서령, 박소영, 류혜진, 문다은 그리고 에이코 상, 이따금씩 급할 때 흔쾌히 팔을 걷고 도와준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하며 목격한 것은 요리 혹은 음식은 늘 만드는 사람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분들의 노력과 응답들에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왜냐면, 안아라라는 한 사람으로서는 절대로 채우지 못 할 시간과 음식을 멋지게 선사해주어 그동안의 홈그라운드가 따뜻하고 풍성해졌기 때문이죠. 그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에이코 상은 홈그라운드가 갖고 싶은 성품 중에 하나예요. (네, 제게는 홈그라운드를 인격체로 보는 습관이 있어요)


그럼 서두는 이쯤에서 끝내고, 그냥 감샐이 아닌 "에이코의 감샐"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기 전에 안아라가 지켜봐 온 에이코라는 사람을 가볍게 이야기해볼게요.

(안아라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이코 상이기에, 에이코 상과 에이코 상을 사랑하는 친구들의 생각과는 물론 다를 수 있습니다)


에이코 상을 만난 것은 제 기억으로는 수카라에서 진행했던 식재료와 생산자 그리고 요리를 연결하는 워크숍에서 인 것 같습니다. 당시, 달 키친을 운영하던 지민 님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 자리에 앉아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죠. 지민 님이 자신의 친구, 에이코 상을 소개해주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에서 자랐고,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한국에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정도의 이야기를 나눴죠. 그가 하는 음식이 궁금하던 참에 지민 님의 달 키친에서 "에이코의 달밤식탁"이라는 밤 술집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갤러리팩토리(현, 팩토리2)에서 우연히 만난 입말음식의 하미현 님, 보라보라님 (현 팩토리 2 대표)과 함께 "에이코의 달밤식탁"을 방문하면서 본격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당시의 "에이코의 달밤식탁"은 에이코가 만나 친구가 된 다양한 사람들이 작은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먹고 마시는 공간이었습니다. 8명이면 공기까지 꽉 차는 작은 공간에 둘러앉아 본 사람이라면, 에이코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그때를 '좋았다' 혹은 '그립다'라고 말해요. 에이코 상은 스스로 낯을 많이 가린다고 말씀하지만, 확실히 아주 넓게 열려있는 사람이기에 어떤 사람이든 그에게서 "무해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해함

너무 직관적인 단어인지 모르지만, 의심이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조심성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저같은 사람)도 에이코 상에게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 이유는 바로 이 단어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에 있어서 "무해함"이란 종종 "건강함"이란 것과 쉽게 연결되어요. 그가 내는 음식이 건강하냐고 질문하자면 그의 음식은 건강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마치 어릴 때, 엄마가 바몬드 카레 가루를 개어 각종 야채와 고기를 잔뜩 넣고 끓여 준 카레처럼요. 아니, 건강하지 않다고 하기에는 그런 개념을 넘어서버린 정신적인 무해함에 더 가까운 그런 음식이요. 사람이 선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기질을 한 몸에 모두 가진 것처럼 그는 겪어온 많은 경험과 감정, 변화하는 몸과 생각이 한 데 버무려진 음식을 냅니다. 에이코 상이 요리를 한창 하던 때에 열심히 만들어 준 음식을 떠올려 보자면 이렇습니다.

(에이코 상의 음식을 먹어본 분들, 마음속으로 외쳐보세요. 그리고 찌찌뽕을 외칩시다!)


야끼소바

산초 절임이나 생후추를 곁들인 한우 다타끼

오뎅

비프스튜

스지 카레

양하를 올린 돈지루

튀김


그리고

감자 샐러드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너무나 배가 고파지는군요)

(2열 가장 우측 사진은 홈그라운드에서 재현한 에이코의 감샐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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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 스페인, 멕시코 아니 너무 많이 섞여 정체 모를 어느 나라의 음식(아마도 에이코랜드)을 떠올리는 자유로운 음식은 아무래도 이름 때문에 그런지 일본 음식하면 습관처럼 떠오르는 '정갈하고 슴슴한 맛과 향', 여러 곳을 떠도는 자의 '방랑적인 맛'이 한 접시에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다른 음식과 비교되기보다 "에이코가 만들어서 좋은" 음식으로 귀결됩니다.


그렇지만, 이 감자샐러드 만은 늘 그리운 집밥 같은 맛이라 꼬옥 계속해달라고 조르고, 레시피까지 얻어 내어 홈그라운드에서도 손님들과 나눴습니다. 반드시 에이코 상의 이름을 붙인 것은 에이코 상이 만들지 않아, 조금 다른 맛이 나더라도 그가 흔쾌히 나눈 마음을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레시피를 공유하기 전에 에이코 상에게

"감자 샐러드 소개하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 뉴스레터에 레시피 공유해도 될까요?"

라고 물었죠.

"그게 머라고, 당연하지."


에이코 상은 2020년 어느 시점부터 요리를 거의 하지 않고, 오래 누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금의 홈그라운드처럼 원점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래 움츠려있었고, 간간히 홈그라운드에서 좋은 에너지의 밝은 동료들을 보며 바람을 쐬고, 곶감을 말았습니다. (하하)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때의 에이코 상은 열심히 우리의 밥을 챙겨주던 에이코 상이 아니었죠. 이렇게 헐겁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몸이, 정신이 하고 싶은 대로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개구진 표현으로 '심심할 때면, 집에 묵어있는 에이코 상을 꺼내서 같이 산책도 하고, 드라이브도 종종 했다' 이정도였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그는 그간의 시간 동안 조용히 힘을 길렀습니다. 제게 지금의 에이코 상은 이전의 에이코 상과 분명히 다른데, "이렇게 헐거워도 돼요?!" 하며 언니를 괴롭히던 저를 반성하게 할 정도예요. ㅎㅎㅎ 제가 앞에서 아무 말을 하며 까불든지 간에 그저 적당히 받아내며 자리를 지키고 조용히 변화해 온 에이코 상에게 요즘은 존경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너무나 기쁘게도 2021년 10월 2일, 3일 속초에 있는 "비단우유차"에서 "에이코의 달밤식탁" 팝업을 엽니다. 근방에 계시는 분들은 편히 놀러 오셔요. 저도 베라(베 부장)와 함께합니다. 그럼, 아래에 소개하는 "에이코의 감샐" 한번 만들어보시고, 진짜 에이코가 만든 감샐도 맛보러 오세요. 호호.   


에이코 상, 구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좌: 창전동의 달 키친에서 했던 에이코의 달밤식탁을 정리하던 날 / 우: 홈그라운드에서 베라와 에이코)


(속초의 멋쟁이 공간, 비단우유차에서 2021년 10월 2, 3일 진행하는 에이코의 달밤식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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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코 상이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며, 류혜진, 문다은 요리사 님이 재료 계량을 하고, 촘촘히 기록했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가급적 계량해가며 만들어보시고, 그다음에 자신의 감을 따라 조금씩 변형하거나 눈 계량으로 만들어보세요.


    [재료]

    • 감자 450g

    (큰 감자 3알 반 정도: 분이 나는 포슬 한 종류의 감자, 수미 또는 홍감자 섞어 쓰고, 보성 어머   니가 직접 재배한 감자를 자주 썼습니다)

    • 흰 양파 125g (1/2개 정도)

    • 당근 60g

    • 오이 90g (씨 제거 후의 무게)

    • 현미 식초 1T

    • 후추 2g

    • 소금 4g (채소 물 빼는 한 꼬집 분량의 소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요)

    • 큐피 마요네즈 130g*

    • 샌드위치 햄 50g*

    • 완숙 계란 2알*     


(*동물성 재료의 대체제인 식물성 재료는 글 하단에 실겠습니다)


1.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찜기에 넣어 포슬 하게 쪄냅니다. 젓가락이 감자 안쪽까지 부드럽게 들어갈 정도로 완전히 익으면, 뚜껑을 열고 잠시 나머지 수분도 날려줍니다. 감자가 식기 전에 버무려야 하니, 다 식을 때까지는 두지 마세요.

(감자는 물에 삶아도 되지만, 그러면 수분이 많아져 포슬포슬한 감샐이 안되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2. 흰 양파는 길게 채 썰고, 찬물에 5분 정도 담가 매운맛을 빼세요. 체망에 채 썬 양파를 옮겨 물기를 빼고 키친타월로 살살살 눌러 나머지 물기를 흡수합니다. 양파를 두 손으로 짜면 절대 안 됩니다. 섬유질이 부서지지 않게 살살살 물기를 제거해주세요.

(주의: 두 손으로 쥐어 양파의 물기를 짜 섬유질이 부서진 상태로 만든 감샐은 식감도 덜하고, 하루 만에 냉장고 안쪽에서도 맛이 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3. 오이는 얇고 동그랗게 썰어 소금을 한 꼬집 뿌려서 간이 배게 하고, 오이에서 나온 물기를 손으로 꽉 짭니다.(씨가 많은 경우, 씨를 제거합니다)

4. 당근도 오이와 같은 두께로 얇고 동그랗게 썰어, 원형을 4 등분한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고, 오이처럼 소금을 한 꼬집 뿌려 간이 배게 하고, 물기가 나오면 손으로 꽉 짜둡니다.

5. 달걀은 노른자가 완전히 익은 완숙 계란을 준비합니다.

6. 샌드위치 햄(어느 것이든 괜찮음)은 5~7mm 너비에 3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준비합니다.

7. 큐피 마요네즈를 준비합니다. (다른 마요로 하면 맛이 달라요. 여러 시판 마요로 시도해보았으나, 단연 시판 마요 중에는 큐피 마요가 으뜸인 것 같습니다. 대형 마트와 일본 식재료 마트, 온라인 상점에서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하면 전부 준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8. 포슬 하게 찐 감자를 감자 양보다 2배 정도 되는 큰 볼에 넣고 골고루 곱게 으깹니다.

(포테이토 매셔를 사용하세요)

9. 잘 으깬 감자 위에 완숙란을 얹어 듬성듬성 크게 헐겁게 으깨세요. 대에충.

10. 물기를 꽉 짠 오이, 당근과 양파, 분량의 큐피 마요, 현미 식초, 소금, 후추를 넣고 골고루 잘 섞어 주는데, 이때 섞을 때는 채소가 짓이겨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흰 밥을 주걱의 날을 세워 고루 섞어 주듯이 골고루 섞습니다.


완성!


11. 작은 접시에 산처럼 쌓아 먹습니다.


저는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피쿠알 품종)을 듬뿍 뿌려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부드러운 번에 끼워 먹어도 맛있고,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위에 올려 먹어도 맛있습니다.

주야장천 먹게 되어 살이 쉽게 찔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허허허)

 

감자 샐러드는 만들어서 따끈하게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밀폐용기에 담아 차게 해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3일 정도 냉장고 안쪽에서 보관하며 먹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으니, 혹여 쉰 냄새가 나면 먹지 마세요. 들어가는 현미식초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감초 역할을 하는데, 보관 기한을 조금 늘리고 싶으면, 1/2 정도의 분량으로 줄여도 됩니다. 홈그라운드에서 델리 패키지로 발송할 때는 식초 양을 1/2로 줄여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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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 재료 대신 넣을 수 있는 식물성 재료]

홈그라운드에서는 델리 메뉴에 늘 비건 옵션을 두었어요. 그래서 "에이코의 감샐"의 순식물성 버전(비건)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음식이지만, 나름의 깔끔한 맛을 즐기기에 이것은 이것대로 좋았습니다.


    • 큐피 마요네즈 130g*: 시판 비건 마요네즈나 비건 버터 혹은 홈그라운드에서 만든 "두유 혹은 캐슈 마요네즈" 사용하세요.

    • 샌드위치 햄 50g, 완숙 계란 2알*: 햄 대신, 얇게 썰어 식초 물에 데친 연근, 찐 토란, 삶은 콩 등 다른 채소를 넣어보셔요. 다양한 식감과 맛의 감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캐슈 마요네즈" (엄호상 요리사 님이 2020년 4월 정리하고, 안아라가 편집했습니다)

만들어 먹어보면 시판 마요를 잘 사 먹지 않게 되는 식물성 마요네즈입니다.

캐슈나 두유 마요네즈를 기본으로하고, 다양한 맛을 입혀 여러 종류의 식물성 마요네즈를 홈그라운드 델리숍에서 선보여왔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식물성 마요네즈는 다음 뉴스레터의 주제가 될 예정입니다. 순식물성 감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캐슈 마요네즈만 여기서 소개할게요.


    [재료]

    • 캐슈넛 125g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운 캐슈넛을 사용하면 됩니다. 조미된 캐슈넛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 매일 무첨가 두유 300ml

    • 카놀라유 150mL

    • 디종 머스터드 1/2t

    • 홀그레인 머스터드 1t

    • 현미식초 60mL

    • 꽃소금 1.5t

    • 아가베 시럽 2t

    • 후추 조금


1. 캐슈넛은 깨끗이 씻어서 물에 말랑한 정도가 되도록 불려놓습니다. (약 2시간)

(20도 이상의 날씨에는 불리는 동안 캐슈넛이 쉴 수 있으니, 냉장고에서 불리세요)

2. 고속 블랜더나 핸드블랜더로 물기를 뺀, 불린 캐슈넛과 두유를 넣고 윤기가 돌 정도로 곱게 갈아준 후, 나머지 모든 재료를 넣고 갈아줍니다.

3. 맛을 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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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 뉴스레터 신청은

https://forms.gle/nri2RcvMjMsZ6k7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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