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작성
안녕하세요. 홈그라운드의 안아라입니다.
두 번째 뉴스레터를 쓰려고 자리에 앉기까지 조금 힘들었어요.
실은 계속 궁리하던 프로그램 제안서 작성 하나를 어제 끝냈고, 머리에서 나는 김을 식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잠이 몰려왔습니다.
초저녁에 잠들어 깊은 밤에 한 번, 이른 새 벽에 한 번 깨었습니다.
꿈속에서 누군가와 재밌는 산책을 하며 먼 친척과 가까운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속초에서 연 "에이코의 달밤식탁"까지 마치니 그래도 그간의 무언가를 마무리한 듯하여 꿈에서도 일이 아닌 산책을 다녔나 봅니다.
(중간에 오늘의 주제인 식물성 마요네즈도 등장한 것 같습니다만)
전을 먹을 때는 가장 맛있는 바삭한 가장자리부터, 비싸고 맛있는 와인도 가장 먼저, 도시락의 반찬도 가장 좋아하는 것부터 먹는 사람이라 두 번째 뉴스레터의 이슈는 "식물성 마요네즈"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홈그라운드 델리숍에서 중요시하며 개발한 것이 식물성 마요네즈입니다. 왜냐면, 식어도 맛있고, 빵 같은 베이스가 되는 재료에 흡수되어도 맛있는 소스 중에 마요를 따라갈 소스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장 요리를 많이 할 당시에는 채식에 대해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공부했던 시기라 계란과 엄청난 양의 기름으로 만드는 마요를 만들고 쓸 때마다 마음이 어쩐지 불편하여 마요를 이길 수? 있는 맛을 개발하고 싶어 발버둥 쳤었습니다. 이기고 지는 맛은 최소 100~400명까지 만나던 행사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판가름을 했었습니다. '마늘 마요를 바른 무언가'를 먹는 사람의 즉각적인 호응을 어떤 메뉴도 따라가지 못해 쉬운 해결책으로 종종 쓰는 것이 마늘 마요였죠. 아마도 이건 당시 주로 온도가 찬 음식을 다뤘고, 실온이나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맛을 잘 발휘해내는 것이 강한 풍미의 소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이 로메스코 소스, 가지 페스토가 생각납니다.
부드러운 마요가 가진 맛을 생각하면, 고소하고 기름진 가운데 나는 옅은 신맛이 전체적인 맛을 풍성하게 하곤 했습니다. 뒤에 오는 신맛에 혀가 반응하고, 입 안 가득한 크림소스에 숙성된 부드러운 마늘 향이 다른 재료들과 함께 어우러져 '맛있다!'고 합니다. 이런 종류의 풍미를 가진, 마요가 아닌 다른 종류를 생각하자면, 요거트 소스(짜즈키), 베샤멜 소스, 치즈 류, 아몬드나 잣을 넣은 부드러운 페스토류, 일본식 된장 정도가 생각납니다.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맛이란 것이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는데, 지금 소개하는 소금 기름 산이 만나 만드는 복합적인 풍미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소금 기름 산 열>이란 다큐 프로그램과 책의 제목을 보고 무릎을 탁! 친 적이 있습니다.
소개하는 식물성 마요네즈는 <소금 기름 산 + 회전!>의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곱게 갈리고 회전하며 만드는 풍미가 아주 단순한 조합과 방법을 마법으로 만듭니다. 동물성 마요네즈는 쉽게 시판 마요네즈로 사 먹을 수 있지만, 직접 만들어본다면 조심하지 않으면 점성이 나오지 않고, 보관 기한도 짧기에 자주 만들지 않게 됩니다. 식물성 마요네즈를 한번이라도 만들어본다면 굳이 좋지 않은 기름을 감수하며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있고, 만들기 간편하며 보관 기한도 냉장고 안쪽에서 2-4주 정도로 넉넉한 편입니다. 동물성 마요와 같은 맛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지 않은, 비슷한 듯 훨씬 깔끔한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농후하고 두터운 지방의 맛은 공장제 소스가 아닌 조금 더 신선한 재료에서 충당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샌드위치 스프레드, 소스, 샐러드 드레싱, 반죽의 풍미 높일 수 있는 식물성 마요네즈를 만들어 보세요. 두유와 캐슈넛으로 만드는 이 마요네즈의 기본만 알면, 고추, 커리, 과일, 와사비, 후추, 케이퍼 등을 취향껏 가미해 자신만의 마요네즈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 주도 맛있는 생활 하시고, 저는 다음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해서 편지하겠습니다.
:-)
홈그라운드에서 안아라 드림
--------
1. 기본이 되는 두유 캐슈넛 마요네즈
(약 500g 분량)
(레시피는 엄호상 요리사님이 정리하고, 안아라가 편집했습니다)
[준비물]
• 캐슈넛 125g (시판 캐슈넛 중 조미하지 않은 구운 캐슈넛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무첨가 두유 300ml (매일에서 나온 무첨가 두유를 자주 씁니다)
• 카놀라유 150mL (현미유나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로 대체 가능)
• 디종 머스터드 1/2t (생략 가능)
• 홀그레인 머스터드 1t (생략 가능)
• 현미식초 60mL (화이트 와인 비니거로 대체 가능, 사과 식초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식초의 산도와 향을 보고 넣는 분량을 조정하세요)
• 꽃소금 1.5t (구운 소금은 염도가 다르니 교체해서 쓸 경우, 양을 조절해주세요)
• 아가베 시럽 2t (설탕이나 다른 시럽으로 대체 가능. 다만 시럽 고유의 맛이 있으니 맛을 보고 넣으세요)
• 후추 조금
1) 캐슈넛은 깨끗이 씻어서 물에 말랑한 정도가 되도록 불려놓습니다.
(약 2시간. 20도 이상의 실온에서는 상할 수 있으니, 냉장고에서 오래 불려도 되고, 뜨거운 물을 부어 빠르게 불려도 됩니다)
2) 고속 블렌더 혹은 핸드블랜더로 물기를 뺀, 불린 캐슈넛과 분량의 두유를 넣고 곱게 갈아준 후, 나머지 모든 재료를 넣고 갈아 줍니다.
3) 맛을 보고 소금으로 간을 조정합니다.
2.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라임 바질 마요
(300g 분량)
(레시피는 문다은 요리사님이 정리하고, 안아라가 편집했습니다)
[준비물]
• 무첨가 두유 100g
• 현미유 100g
• 캐슈넛 50g
• 바질 잎 30g
• 라임즙 50g
• 라임 제스트 3g
• 홀그레인 머스터드 10g
• 화이트 와인 비니거 5g
(향이 적고, 적절한 단맛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산도의 식초를 쓰고자 화이트 와인 비니거를 사용합니다)
• 아가베 시럽 5g
• 마스코바도 설탕 5g (마스코바도 설탕의 풍미를 넣고자 시럽과 함께 사용했습니다. 시럽만 사용해도 됩니다)
• 꽃소금 2g
1) 캐슈넛은 뜨거운 물에 말랑해질 때까지 불리고 물기를 뺍니다. (10~15분)
2) 바질은 두꺼운 줄기 부분을 손질합니다.
3) 라임은 껍질면을 그레이터로 갈아 제스트를 만들어두고, 스쿼셔로 즙을 짜 따로 둡니다.
4) 분량의 재료를 고속 블랜더나 핸드블랜더로 곱게 갑니다.
[유의할 점]
• 식물성 마요네즈에는 반드시 식초가 들어가야 두유와 함께 응고되며 마요네즈의 질감이 됩니다.
• 처음에 곱게 갈았을 때는 흐르는 질감이며, 냉장고에 1시간 이상 보관하면, 질감이 더 단단해지고, 맛이 고루 섞여 더 맛있습니다.
• 라임즙이나 식초 대신 다른 감귤류의 과일이나 과일즙을 넣을 경우, 수분이 많아 질감이 되직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식초와 섞어 쓰는 편이 좋습니다.
• 감귤류의 껍질에 있는 왁스와 잔류 농약을 뜨거운 물을 부어 닦아 내고, 소금으로 표면을 문질러 제거하고 사용합니다. 무농약을 사용하시면 가장 좋습니다.
• 캐슈넛과 함께 다른 견과류를 넣어 견과류의 풍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 캐슈넛 대신 물기를 뺀 두부를 넣어 두부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으나, 두부 마요네즈는 보관 기한이 넉넉하지 않아 냉장보관으로 7일 이내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두유 캐슈넛 마요네즈 베이스의 경우, 냉장고 안 쪽에서 2~4주 보관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물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 마요네즈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기름은 냄새가 적은 곡물류를 권하며, 펜넬이나 겨자씨, 큐민 등 향신료
를 넣고 향이 날 때까지 가볍게 가열해 향신 기름을 만들어 마요네즈를 만들면 향긋하고 고급스러운 풍미의 향신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아가베 시럽 대신 다른 과일 채소 시럽을 사용해 향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다른 재료와의 어울림을 생각하며 시럽의 종류도 바꿔서 만들어보세요.
그럼 변주가 무궁무진한 식물성 마요네즈에 빠져보아요.
:-)
-------
홈그라운드 뉴스레터 신청은
https://forms.gle/nri2RcvMjMsZ6k7f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