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그라운드 2월 반짝식당 메뉴
안녕하세요.
#홈그라운드생활 뉴스레터를 오래 쉬어서 참 면목이 없는 안아라입니다. ㅎㅎ
그간 무탈하고 평온하게 새해를 맞이하고, 한해를 계획하며,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고 계셨나요?
^ㅡㅡㅡ^; (저는 대답 못하겠습니다)
1월의 시작부터 임보하던 개 친구를 사고로 하늘나라에 보내게 되어 한동안 정신을 좀 못 차리고 지냈습니다. 1월 반짝식당 오픈을 취소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요. 한 2주 누워있다 나머지 2주는 구정 선물세트 제작과 발송으로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심난할 때는 일을 해야 하나 봐요. 무사히 구정 전 업무를 마치고 부모님 댁에서 엄마밥과 뜨끈한 마음의 소리를 먹고 듣고 돌아오니 조금 정신이 돌아옵니다. 1월은 뭔가 어수선하고 부담스러운 달인데, 2월은 진짜 새해를 시작하는 기분이어요.
1월에는 조용히 있으며, 그간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어요. 계획적이고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글쓰기 수업을, 그간 벼뤄왔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자주 닫던 테니스장도 이제 등록, 매주 유기견 목욕 봉사 활동 신청 등 어두운 생각을 할 겨를 없이 1, 2월의 날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주로 소수의 사람만 만나며, SNS로만 바깥을 바라보다 보니, 눈앞에, 손에 잡히는 실제의 상대와 따끈한 밥 한 끼를 놓고 깔깔거리던 공기가 그리워 2월에는 #홈그라운드_반짝식당 을 꼭 열어야겠어요. 그래서 2월 17~19일 목금토요일 반짝 운영합니다.
17일 목요일 저녁 5-7시, 7-9시 / 18, 19일 금, 토요일 점심 12시 30분-2시, 2-3시 30분, 저녁 5-7시, 7-9시 운영하여요. 반짝식당 예약과 메뉴 등 세부 내용은
instagram.com/ara_home_ground 에서 확인하고, 예약방법에 따라 요청해주셔요.
아시다시피 코로나의 대대대유행이라, 감기 몸살 기운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언제든 취소가 가능하니 편히 말씀 주셔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는 늘 '무엇을 먹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하면, "체면과 격식 없이", 온기만이 인상으로 남는 기분 좋은 식사가 떠오릅니다. 물론 세세히 생각하자면 산들바다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해 무릎 탁! 맛을 끌어내는 오랜 지혜와 그것을 맛보며 느끼는 상쾌함과 명쾌함, 균형 있는 풍미들이 있지만, 식사가 과거의 기억으로 넘어가면, 그저 온기와 당시의 인상만 남는 것 같습니다. 손님을 위한 요리를 하지 않는 평시에는 '좋은 식사란 치우침이 없는 균형 잡힌 식단'이란 생각으로, 당시의 컨디션에 맞게 재료를 골라 먹는 편입니다. (물론 배달 음식도 신중히 고릅니다. 후후;) 과자도, 튀긴 것도 모두 좋아하는지라 가급적이면 트랜스지방 맛 -ㅡㅜ을 피하고자 집에 두지 않으려 무진 노력하고, 재료 자체를 간단히 조리해 열심히 먹어요. 간혹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배고픔보다는 정신의 허기가 아닐까 해서 물을 벌컥 벌컥 마시는 날도 여럿입니다. 지나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물론 모두가 잘 알죠. 알아도 욕구 앞에서 무너지는 것은 모든 지나침에 깊게 혹은 얕게라도 중독된 도시인의 굴레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그래도 살고자 하는 모습, 평온한 상태에 다다르고자 수행하는 것이 삶인가 싶은데, '텅 빈 충만'이라는 말이 이제는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텅 빈 곳을 채우고자 했다 큰 코를, 아니 큰 아픔을 겪은 연초의 경험 덕분에 더 뼈저리게 느낍니다. (이런들 저런들 나이가 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 적당한 헛헛함과 부족함을 곁에 둘 줄 알면서, 기분 좋은 생기를 품은 식재료를 꼭 꼭 씹어먹으며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희망의 마음을 품을 용기를 기르고 싶습니다.
2월, 겨울이 아주 저만치로 물러나고, 봄기운이 느껴지면, 땅이 진작부터 들썩들썩 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매일 아침, 반려견과 함께하는 산책에서 볕과 공기, 땅의 색과 냄새가 달라졌고, 나무줄기에 푸릇한 기운이 도는 것을 봅니다. 이럴 때 가장 첫 타자가 섬초, 냉이와 같은 봄나물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봄의 한가운데에까지 나는 나물이지만 찬바람이 가시기 전부터 나는 나물은 달큰한 맛이 도드라집니다. 뒤로 여러 새순과 뿌리가 쌉싸름함을 뽐내며 등장합니다. 이번 봄도 빠짐없이 맛보고 지나가렵니다. 홈그라운드에 함께하고 있는 에이코 상은 거의 모든 재료를 아주 가볍게 잘 튀기는 튀김 숙련자이기도 합니다. 에이코 상이 다양한 봄나물을 골라 튀깁니다. (보약이나 다름없는 봄순을 튀기는 것이니, "트랜스지방" -ㅡ- 같은 생각은 잠시 던져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포근하고 농후한 에이코의 감자 샐러드를 곁에 놓습니다. 저는 잠시 나오는 금귤의 달고 쌉싸름한 맛을 짭조름하고 고소한 해초와 버무려 금귤 해초 샐러드를, TWL Journal을 위해 고른 1-3월의 재료 <우엉>으로 만두를 빚고, 지짐 두부와 섬초를 넣어 부드럽게 끓인 표고 된장국에 이 만두를 넣어 든든한 새해 만둣국을, 없으면 허전한 차조 주먹밥과 절임 반찬, 입가심 과일까지 곁들여 <2월의 델리밀 정식>을 "풍성한 봄 튀김 반상"으로 내야겠습니다. 델리밀 정식은 순식물성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윽, 써놓고 보니 부지런히 준비해야겠네요)
그 외에 곁들이기 좋은 굴튀김, 지난 #홈그라운드생활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예술가와 요리하기(1) 최태윤, 시적 연산의 정원 요리>로 선보인 "버섯볶음"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2020년, 부지런히 담가 둔 황매실주가 아주 새콤달콤 숙성되어 이것으로 기분 좋은 식전 칵테일도 만들어볼게요. 아주 작은 공간이라 많은 분들과 함께하진 못할 것 같지만, 집에 오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준비할게요.
이번 뉴스레터에 공유하는 요리 레시피는 TWL Journal에서 선보인 우엉 만두와 된장국을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TWL Journal 링크를 따라가시면, TWL의 구성원들과 공들여 정리하고 촬영한 레시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반짝식당에서도 메뉴로 내니,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셔도, 방문하셔서 드셔 보셔도 좋습니다. 차분히 만들어 보시기를 더 추천합니다. :-)
땅 불 바람 물 마음의 힘을 먹고, 얻고, 기르며, 희망의 마음을 놓지 않는 건강한 2022년이기를 바랍니다.
모두 모두 건강 유의하셔요.
그럼, 곧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아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