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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Apr 11. 2022

시급한 봄나물 2

두루 두릅!

안녕하세요. 홈그라운드 안아라입니다.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빨리 인사드려요. (뿌듯)


작년 봄, 베부장(베라)과 함께 지내면서부터 매일 아침 산책을 해 온 것이 벌써 1년 여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생각해보니, 길을 걸으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꽤 생겼어요. 제 친구도, 베라의 친구도 모두 길에서 만난 것 같습니다. 매일 걷는 일이 주는 즐거움에 만남도 있으리란 것은 실은 생각지 못했어요. 헤어짐도 많았지만, 새로운 친구들이 난 자리를 틈틈이 채워주며 많이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준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친구들)


베 부장과의 첫 산책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가족들과 함께 살던 어릴 적에 개와 함께 산 적은 있었지만, 고양이가 아닌 개를 제가 책임지고 데리고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렴풋이 개들은 밖에서 배변하는 것을 좋아하고, 참다가 안되면 집안에서 싼다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순전히 베 부장이 오줌 마려울까 봐, 집에 오줌을 싸면 냄새가 베일까, 올빼미형 인간의 눈이 이른 아침 번쩍 뜨이기 시작했고, 2달 정도는 이른 아침과 밤에 오랜 산책을 하느라 초주검이었습니다. 베부장도 저도 집에 오면 바로 침대로 직행해 축 늘어져 잠이 드는 날이 여러 날 지나자 점점점 가까워짐을 느꼈습니다. 불안하고 어색하고 무서운 것들을 걸으면서 지나 보내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베라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왼쪽 두장은 2021년 봄의 베라에요. 다 큰 줄 알았는데, 계속 자라서 지금은 튼튼하고 용감해졌습니다. 오른쪽은 2022년 봄의 베라입니다.

그렇게 다시 봄이 왔어요. 그런데 봄이다, 너무 좋다, 생각한 순간 볕이 제법 뜨거워졌어요. 역시 예감한 대로 순식간입니다. 이렇게 콧김으로 뜨거운 볕이 느껴질 때는 맛난 어린순과는 작별 인사를 하고 씁쓰름하고 튼튼해진 잎과 줄기를 어떻게 잘 소화시켜볼까 궁리하게 됩니다. 그중 한 방법이 초에 절여 저장하는 피클입니다. 지금 잘 담가서 날이 더 뜨거워졌을 때 꺼내먹으면, 마치 과거의 시간을 저장해 두고 먹는 것인양 신기합니다. 특히나 한철만 극성인 봄나물, 두릅 말이어요.


2월의 여린 참두릅도 참 맛있었지만, 뜨거운 볕에 달궈져 쓴 맛이 올라온 두릅도 나름의 풍미가 있습니다. 가끔 어떤 건 너무 써서 소금물에 한참을 담가 둔 적도 있는데, 피클로 만들면 이런 센 쓴 맛도 식초 안에서 적당히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가는 계절 안에서 짧은 봄이 주는 여리고 쓰고 달고 신선한 맛의 시간을 붙잡아 저장 용기에 잘 담고 나눌 수 있다니! 만드는 사람이 되어서야, 엄마와 친구들이 내어준, 식당에서 맛 본 여러 나물 저장식이 사뭇 달리 보입니다. 노동에서 풍류를 찾는 마음이 여유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4월 14~16일 곶감말이 사전 예약 상품 픽업일에 소소하게나마 몇 가지 저장 음식과 식혀서 냉동시킨 온순한 수프, 손맛 좋은 로자 씨의 구수한 빵들을 사 가실 수 있게 준비해보렵니다. 그래서 내일은 오랜만에 폭풍 장보기를 합니다. (으쌰!)

준비하는 저장음식 중 "두릅 아스파라거스 피클"의 레시피를 이번 메일에 공유합니다. 꼭 두릅이 아니더라도 오이, 당근, 샐러리 등 쉽게 담그는 채소를 사용해도 되지만, 이번 봄만큼은 이렇게라도 붙잡아 보세요. :-)

꺼내 먹을 때마다 눈이 부신 봄날이 생각납니다. 레시피를 돌아보며 지난 봄날 기록한 사진들도 보는데, 참 열심히 잘 살았네요. 같이 열심히 살아준 청춘, 류혜진, 문다은, 에이코 상에게, 그리고 열심히 애용해준 손님들에게 또 고맙습니다.


레시피는 2021년에 함께 일했던 류혜진 요리사 님이 만들고, 정리했습니다.

그럼, 좋은 봄날 되세요.


홈그라운드에서 아라 드림

풋풋한 아스파라거스 두릅 죽순을 병에 담아 피클액을 넣고 저장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요. 기억처럼.

[두릅 아스파라거스 레드페퍼 초절임]

아스파라거스

두릅

피클액

물 300mL

설탕 85g

현미식초 120g

레몬즙 15g

소금 6g

크러쉬드 레드페퍼 1/2t

겨자씨 1T

저장용기(밀봉 가능한 내열유리용기 사용)


1. 두릅은 4cm 정도의 길이로 잘라준다. 이때 두꺼운 밑부분은 크기에 따라 2등분 또는 4 등분한다.

2. 아스파라거스는 끝이 단단한 부분이 있으면 제거하고, 길게 반으로 자른 후 두릅과 같은 길이로 잘라준다.  

3. 끓는 물에 두릅과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데쳐 찬물에 씻고 물기를 적당히 제거하고, 병에 담는다.

4. 피클액용 재료들을 모두 냄비에 넣고, 중불에 올려 한번 끓인 후, 준비된 야채에 바로 붓는다.

5. 실온에서 다 식으면 냉장고에 저장해 두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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