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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Feb 06. 2019

호흡과 글쓰기


얕은 숨을 쉴 때가 많다. 호흡을 종종 의식하면서 깊이 내쉬는데, 두통이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하다. 나이가 드는 것은 점점 더 몸을 잘 의식하게 되는 것일까.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은 항상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게 한다. 의식하지 않으면 힘을 쓸 때 호흡이 끊겨 두통이 일기도 한다. 걸으면서, 일하면서, 가만히 무언가를 보거나 들으며, 말을 뱉으며 호흡에 신경쓰지 않으면 종종 내 숨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흡과 연관해 맥박을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부정맥과 서맥(느린맥)이 있다는 이야기를 신체검사를 할 때마다 들어왔다. 최근의 건강 검진에도 어김없이 나왔다. 이러한 특질이 긴장을 잘하는 기질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지만, 더 호흡에 신경 쓰게 된 이유가 되었다. 모든 것을 자꾸만 연결하는 버릇에서 연유하여 달리기나 수영 같은 운동과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그 순간을 좋아하는 이유가 서맥 때문일까 생각했다.


의식적으로 내쉬는 긴 호흡과 같은 맥락으로 짧은 문장이자 글은 그 완성도를 떠나 재미를 느끼고, 쉽게 만들어내지만, 긴 글을 쓰는 데는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일상적으로 sns에 남발하는 짧은 글이 짧은 글 밖에 쓰지 못하는 데 일조하고 있고 긴 글은 깊은 호흡과 같이 단련이 필요하다. 더구나 호흡은 하지 못하면 살지 못하는 자동기작이지만 긴 글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쓰다가 멈추기 마련이다. 자유로운 글쓰기 또는 자동 글쓰기의 단계는 그저 자가 치유의 방법이 될 뿐 어디에도 가 닿지 않는다. 답답할 때는 담담함과 우아함이 있는 글을 골라 샐러드의 잎채소를 게걸스럽게 씹어먹듯이 마구 읽어댄다. 어떤 이의 장문은 시와 같아서 입으로 소리 내 읽게 하는데 쩝쩝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 같다.


숨은 깊이 쉴수록 집중하게 되고, 거듭할수록 방법을 터득하고 더욱 편안해지지만 우아한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느린 맥박에 속도가 붙지만), 글을 쓰는 자신감 상승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다만, 남의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며 겸손해진 마음으로 호흡처럼, 심장이 늘 뛰는 것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을 문장으로나마 잘 정돈 하여 마음에, 종이 아니 화면 위에 자리잡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다독인다. 그러다 운이 좋아 이 사람 저 사람의 호흡에 섞일 수 있다면 좋겠다.  


(놓친 일요일 마감 글을 쓰다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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