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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바보: 왜 우리는 허술한 캐릭터에 끌릴까?

by mizan

왜 우리는 ‘바보같은 행동’에 호감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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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스러움이 주는 감정적 매력


TV,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저 사람 저렇게 바보일까?”
“설마 저건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콘텐츠를 보다 보면, 어딘가 ‘허당’ 같고 실수도 잘하는 인물들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예능이나 유튜브에서는 일부러 그런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은 실제보다 더 모자라 보이거나 바보처럼 행동하면서 웃음을 유도하고, 어느새 대중의 ‘최애’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연출의 문제가 아니다. 왜 우리는 그런 ‘허술한 사람들’에게 더 호감을 느끼고, 오래 기억하며, 때론 그들을 응원하게 될까?





1. 허술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


인간은 완벽한 사람보다 실수하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이를 "프랫폴 효과(Pratfall Effect)"라고 하는데, 사회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의 실험에서 처음 제시됐다. 유능한 사람이 실수할 때, 오히려 그 사람의 매력이 증가한다는 현상이다. 이는 우리가 완벽함보다는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더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 뇌는 ‘공감’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연결한다. 실수나 허술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이를 통해 "나도 저런 적 있는데"라는 감정적 연결이 형성된다. 이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 시스템과도 연관되어,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한다.




2. 바보스러움이 웃음을 유발하는 이유


예상과 다른 반응, 전형에서 벗어난 사고는 ‘인지적 불일치’를 유발하고, 이는 코미디의 핵심 원리다. 바보 같은 행동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예측을 깨고, 뇌는 그 ‘차이’를 인지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이 웃음으로 표출된다.

또한 심리학자 로버트 프로빈(Robert Provine)은 “웃음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반응”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허술하거나 엉뚱한 인물의 행동에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이 웃음은 타인을 배제하기 위한 비웃음이 아니라, 오히려 소속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수단이 된다.




3. 기억에 남는 바보 캐릭터의 구조


뇌는 예외적인 정보에 주목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를 "이색성 효과(von Restorff effect)"라고 한다. 어떤 집단에서 특정 인물이 튀는 특성을 가질 경우, 우리는 그 인물을 유독 또렷하게 기억하게 된다.
‘바보 같은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이 하지 않는 이질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예능·리얼리티 등에서는 이런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 서사와 해프닝이 전개되기 때문에, 시청자는 그 인물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정서적 유대를 느끼게 된다.




4. 바보 캐릭터를 통해 느끼는 우월감과 심리적 보상


우리는 때때로 허술하고 실수하는 인물을 보면서 은근한 우월감을 느낀다. "나는 저거보다는 낫겠지",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라는 감정이다. 이런 심리는 현대 사회의 경쟁 구조에서 불안정한 자존감을 보완해주는 정서적 기제로 작용한다.

다소 부정적인 시선일 수 있지만, 인간은 비교를 통해 자기위안을 얻는 존재이기도 하다. ‘바보 캐릭터’는 바로 그런 정서적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셈이다.




허술함, 실수, 바보스러움은 단순한 캐릭터 연출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자,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공감 가능한 존재에 대한 선호다. 미디어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웃고, 공감하고, 기억하고, 때로는 위안을 받는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완전하게 다가오는 존재.


‘바보 캐릭터’는 어쩌면 가장 똑똑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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