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머리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던 어떤 이야기가 떠올랐다. 완벽하게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했던 화가가 일생일대의 정교하고 오차 하나 없는 그림을 완성 했는데, 근처에서 실수로 붓을 놓쳐 그림에 빨간 물감 한 점이 튀었다고 한다. 절망한 작가가 안절부절하며 그림을 살피고 있는데 오히려 그 빨간 점이 완벽한 자신의 그림 너머에 있는 어떤 불완전한 세계로 인도하는 문처럼 여겨졌다고, 이 빨간 점 하나가 어떤 다른 세계를 수평선 상에 혹은 장막 뒤에 놓으면서 더욱더 완전한 그림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이야기.
비록 지금 현실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김초엽 작가는 이 빨간 점의 안으로 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실에 있는 모호한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그 틈을 벌려서 세상을 까뒤집어 전제를 전복시킨다.
그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자칫 부유하여 완전히 남의 세계 이야기가 되어버리지 않도록 현 세계의 과학이라는 못을 이용해 단단히 현실에 고정시킨다.
이 소설은 미지의 것이 인간의 감각적 한계 너머에 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의 법칙이 전혀 다른 것을 해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에' 가 '언젠가' 가 되고 '요즘에'가 되었을 때 그녀는 묻는다.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오해와 편견과 인간의 나약함은 아마도 그대로일텐데 기술만이 나아져 모두가 '더 살기 좋아진 시대'라고 믿을 때 당신은 조금 외롭지 않겠냐고, 당신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 꺼낼 수 없는 말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