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산다는 것
Gather your rosebuds while you may.
Old time is still a flying and this same flower that smiles today tomorrow will be dying.
할 수 있을 때 꽃봉오리를 따 모아라
늙음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니 오늘 미소 짓고 있는 꽃들도 내일이면 시든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지금 사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무수한 사람들의 좌우명이 되었던 이 말이 나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이미 너무도 유명해서 다들 아시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카르페디엠' 이 나오는 장면보다 위의 장면을 더 좋아하는데요.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 안락함, 가족과의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영원하지 않음을, 내일이라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차오르면서도, 반대로 오늘 겪고 있는 아픔, 육체적 고통, 심리적 절망, 무력감 또한 내일에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견딜 힘을 얻기도 합니다.
틸다 스윈튼은 Variety 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커리어가 없다. 나에겐 인생만이 있다. (I don't have a career. I have life."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만의 모스 부호를 따라가며 그때그때의 호기심을 따라가며 살 뿐, 거창한 계획과 걱정들을 안고 겁을 먹기에는 너무 게으른 사람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틸다의 이례적인 필모그래피와 예술적인 행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깊고 맑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면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사람의 눈빛이 저렇게 형형하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라이온 킹>의 티몬과 품바도 존재 자체만으로 얼마나 반짝반짝하던가요!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Super Soul>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물어온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Don't ask yourself what the world needs.
Ask yourself what makes you come alive, and then go do that,
because what the world needs is the poeple who have come alive
세상에게 당신이 어떤 필요가 있을지를 묻지 마세요.
스스로에게 무엇이 당신을 살아있게 하는지 물으세요. 그리고 그걸 하세요.
세상이 원하는 건 살아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여러분은 살아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그 순간은 오늘이었나요? 혹은 몇개월 전이었나요. 저는 운동을 하고 땀을 흠뻑 흘렸을 때, 계획했던 일을 깨고 그 순간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때, 배고픔 끝에 맛있는 음식을 처음 삼켰을 때, 그 순간의 날씨와 감정에 딱 들어맞는 노래가 흘러나왔을 때, 제 글을 보고 누군가 좋은 영향력을 받았다고 할 때, 일요일 열심히 놀며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일의 월요일에 지지 않고 주말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주 옅게 소름이 돋으면서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오늘에는 저에게 딱 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운이 좋은 날이군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에서 윤여정 배우가 맡은 할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비단 이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의 윤여정 배우도 '오늘 즐거운 게 제일 중요하다' 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죠.
이렇게나 많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잊고 살기 쉬운 것,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계속 계속 찾아서 듣고 읽고 외우고 접해야 하는 것이 바로 '가진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에 늘 자신의 책상 위를 정리한다는 사람도,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도, 유서를 미리 써두는 사람도,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누군가의 눈에는 늘 죽음을 생각하는 우울한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오늘이라는 찰나의 소중함을 알고 애틋하고 절박하게 감사하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샤를 보들레르의 <취해 있으라>라는 시를 좋아해서 눈에 보이는 곳마다 적어두는데요. 오늘도 문득 이 시를 읽다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들을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혹은 지금’과 관련된 것은 제가 늘 관심있게 보는 주제라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아직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글의 반응이 좋다면 조만간 기획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취해 있으라> 시 전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내일 말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취해 있길 바랍니다.
늘 취해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이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하는,
시간의 끔찍한 무게를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
다만 계속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개울가의 푸른 풀밭에서나
그대 방안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그대가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울부짖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파도가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주겠지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에게 구속받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거든 취하라
늘 취해 있으라
술이든 시든, 미덕이든
그대가 마음 내키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