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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ki Jun 05. 2018

숲의 한가운데...

미녀와 야수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

삐비비빅. 삐비비빅.

6시를 알리는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물을 꿇여 보온병에 담고 초코바 등 중간중간 포기하고싶어질때쯤 나를 달래어줄 달달한 간식,

정성스런 도시락을 모두 챙겨서 출발했다.


7시무렵 관음사 입산지점에서 도착해

간단하게 몸을 풀고 입산!  


함께 간 친구의 입산 기념샷. 배낭의 크기는 이미 산티아고 순례자 급이다.

평소라면 한참 꿈속을 헤맬시간인데,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 이토록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고 있다니... 뿌듯한 기분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귀엽게도 동물들의 실제 발자국 모양과 크기를 재현해 놓았다.


 중간중간, 그림과 함께 한라산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꽤 자세한 설명과 정성스러운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다. 책이나 엽서로 나온게 있다면 집에 보관해 찬찬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참을 걷다보니 뭔가 귀에 걸리는 소리가 있었다. 핸드폰 진동소리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도 아니었다.

소리의 주인공은 딱다구리였다.

저렇게 작은새가 저토록 격하게 부리를 부딪혀 나무를 뚫고 있는 모습은 꽤나 신기한 광경이었다. 이제 제법 숲의 한 가운데로 들어왔구나 싶었다.


꽤 오래, 멀리, 많이 온것 같았는데,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8시 무렵, 출발한지 채 한시간이 안됬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딱다구리도 만났으니, 기념으로 한잔하기 위해 작은 쉼터에서 잠깐 쉬어가기로..가져온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타고 도시락을 조금 까먹었다. 커피는 평소보다 더 깊고 진하게 유부초밥은 더 맛있고 감칠나게 느껴졌다.


다시 한참동안 오르다보니 등산로 옆으로 간간이 쓰러진 나무들이 보였다. 그 위에 다시 풀이 올라오고, 흩어진 낙엽들 사이에는 이끼들이 모여 있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자연속에는 생명이 진 자리에 다시 새 생명이 움트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연들을 가진듯 했다. 하지만 여기엔 또 이들만의 나름의 규칙이 있겠지..



한참을 수다로 떠들며 걸었던 친구와 나는 서서히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있는 힘을 다 쥐어짜내어, 그리고 마치 네발 짐승처럼 거의 두손과 두발모두로 땅을 움켜쥐어가며 가파른 구간을 멈추지 않고 돌파해 나갔다. 숨이 가쁘고, 양쪽 허벅지에 불이 날것 같았다. 죽겠다 싶은 무렵, 저 멀리에 누가봐도 ‘삼각봉’이다 싶은 삼각형 모양의 봉우리가 보였다. 그때가 되면 조금 안심해도 된다. 조금만 더 가면 잠깐 한숨을 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점심을 까먹거나 좀 더 여유있게 쉬어갈 수 있는 삼각봉 대피소가 있기때문이다.  


삼각봉 대피소를 나서면 꽤나 길고 멋진 구름다리를 만나게 된다. 아슬아슬 그 구름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때가 4월 하순이었는데도 얼음이 녹지 않아 작고 얇은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고드름이 맺혀 매우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괴이하게 뻗어있는 고사목과 그 반짝임이 묘하게 어우러져 신비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미녀와 야수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렇게 정상에 거의 다다를 무렵,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닥치기 시작하는데, 그때 고심끝에 가져간 한겨울 오리털파카를 꺼내어 껴입고 너무나 따듯하고 안도감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그정도로 정말 추웠고, 바람이 매서웠다. 무겁고 부피도 큰 잠바를 짊어지고 올라간 보람이 있었다. 해발 1950m의 위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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