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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08. 2020

"한국적"이라는 말

한국이라는 지역을 연결하는 키워드

Photo by 김다혜




1.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지역에 제약받지 않는 지역 창작자


지금으로부터 대략 2달 전쯤 서울의 15개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창작 작업을 할 청년 예술인들을 모집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거주자에 한정해서 모집하는 줄 알았는데요. 실제로는 각 지역이 제시한 활동 목표에 적합한 창작자들을 찾는 것이었지요.


저는 이 사업에 지원했고, 올해로 26년째 사는 지역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활동하게 된 지역에서 제시한 주요 키워드는 “연결”입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각기 다른 삶(세대, 지역, 성별)을 살아왔지만 결국엔 서로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 간의 연대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얼마 전에는 첫 지역 창작자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때 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업실이나, 거주지를 해당 지역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동료 작가분들보다는 지역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 조금 더 아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나서서 지역을 소개할 만큼 잘 알거나, 관심도가 높다고 말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했지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고 있었던 사업 주최 측에서는 "지역성"이라는 것에 꼭 국한되지 않아도 되니 부담 갖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첫 모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 지역성에 대한 의문점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역성과 개인의 삶


“지역의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 연결성을 증명해야 한다…? “


모임 이후에 사업이 제시한 방향성과 그 안에서 지역 창작자로서 활동 포지션이 한동안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지역성”을 배제하고 작업에 들어가기엔 뭔가 제가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을 간과하는 기분도 들었지요.


그래서 우선 인터넷으로 “지역성”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요. 아래와 같은 설명이 등장합니다.


지역성은 그 지역 내에 거주하는 인간과 환경의 오랜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된 것이므로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시간의 흐름이나 교통 통신의 발달에 따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점차 변화되거나 약화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역성 [地域性] (두산백과)


이 정의를 보면서 "지역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역을 바라보는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만나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고유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대중적으로 "제주도"하면 떠올리는 키워드들이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어도, 이 지역만이 가진 특성이 갑자기 경상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이와 연계해서 생각해 본 지점은 "지역성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지역에서 어떤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생각해보면 한 개인은 평생 다양한 이유로 거주지를 옮겨 다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고 해도, 살았던 시기, 환경적 조건, 거주 목적들로 인해, 특정 지역에 대한 연결지점이 다 다를 수 있지요.


물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역을 특정 시기와 공간을 지정해 추억을 회고해 보거나 지역이 가진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공감대가 지역 거주민의 한정되거나, 저의 작업이 자칫 지역 특산품 같은 포지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다양한 삶을 연결하는 키워드         

"한국"이라는 지역의 특성


지역성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로 인해 한동안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그러던 중 함께 활동하게 된 동료 작가님의 작업실에 초대를 받게 되었는데요. 이날 저는 작가님의 작업을 보고 앞으로의 작업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는 키워드를 발견했지요. 바로 “한국적 특성”입니다.


오늘 메일을 읽으실 때 가장 먼저 보여드린 사진은 동료 작가님의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군산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온 분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그들이 사용해 온 사물의 기억을 아날로그 사진에 담은 시리즈 중 하나인데요. 사진 속 사물은 영화동의 70년 동안 운영된 쌀가게의 '추'이지요.


작업의 취지나, 어떤 용도의 물건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느낀 첫인상은 "참 작업이 한국적이다."였습니다. 그리고 친숙함과 동시에 왠지 모를 먹먹함이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작업을 공유해 주신 작가님은 항상 "가장 한국적인 시선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해오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고민이 작가의 시선에 담겨 “한국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저와 다른 삶(지역, 세대, 성별)을 살아온 이의 물건을 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한국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는지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렵습니다. 주로 이 표현에 대한 논의는 한국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외부에 이해시키고자 할 때 구체화되기 때문이지요. 마치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릴 때 자주 사용하는 “한식의 세계화, K-POP의 세계화”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한국적"이라는 말은 실제로 한국이라는 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삶을 연결할 수 있는 주요 키워드입니다. 이에 반해 그동안 내부에서 이 표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관찰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지역성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이 표현이 뜻하는 바가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보고자 하는데요.



함께 나누고픈 오늘의 질문




의견을 보내주신다면, 아마 다양한 세대가 느끼는 한국적 특성을 정리해보고, 공유하는 이야기가 다음 회차에 담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혹시 말로 설명이 어려우시다면 이미지로 공유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질문에 대한 회신은 arallabiz@gmail.com 또는 댓글로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뵐게요!


김고래 드림.



*이 이야기는 제가 운영 중인 PROJECT_ON_ZONE의 지난 이메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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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신 분들


원고 감수_은재


이미지 출처


사물의 기억 展_2019.12.28~2020.02.28

영화동 19-6 "석조 미곡상회"

Photo by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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