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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16. 2020

익숙함과 불편함

우리의 삶에 함께 공존하는 감각

을지로 어딘가




을지로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익숙하지만 불편한 공간 을지로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한 동생과 근 몇 년 사이 20, 30대 사이에서 핫한 을지로에 다녀왔습니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카페와 펍, 음식점을 방문하는 동안 뭔가 마음 한쪽이 많이 불편했는데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여태까지 저에게 을지로라는 지역은 "놀이와 휴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터"였습니다.


광장시장, 을지로, 동대문 시장 일대는 20대 내내 원부자재를 사러 다니거나, 거래처를 방문할 때만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항상 복잡하고, 미로 같은 이 공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 때문에 빠르게 오고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한창 뉴트로 열풍이 불어 을지로에 멋지고 맛난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고 해도 쉽게 발걸음이 향해지지 않는 곳이었지요.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일 때, 자신의 현실과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불편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을지로는 저에게 익숙한 공간이지만 아직은 편해지기 어려운 공간인 것 같습니다.



지역을 바라보는 공통된 관점

다양한 관점들이 바라본 한국적 특성


지난 메일에서 “한국적이라는 말은 당신에게 어떤 것들을 떠오르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드렸지요. 대략 2주 동안 20대 후반, 30대 초반, 60대 초반의 연령대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연령대에 따라 의견들이 많이 구분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요. 실제로는 연령대와 관계없이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고, 오히려 경험에 따라서 의견이 갈렸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크게 물질적, 정서적 측면으로 나누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질적 특성


한옥, 한복, 김치, 국악, K-POP, K-BEAUTY, 트로트


=> 전통적인 특성, 또는 현대에 와서 세련되고 화려하게 재해석된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의견 주셨습니다.


-정서적 특성


1)  기질적 특성


K 공연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떼창"이 한국인만의 결집 성과 다수가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공연문화와 만나 K 공연문화를 만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기반 정서에 "한, 또는 애증"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요. 표현을 빌리자면, 거친 남해의 바닷바람을 맡고 자란 시금치처럼 다양한 환경적 변화를 체감하고 견뎌내는 한국인들은 내면에 공통된 기질, 또는 정서를 내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2) 경험적 특성


"한국적 특성"이 보이는 퀄리티가 높은 작업물(공연, 전시, 디자인, 영상) 들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의견을 주신 분들의 특징은 한국적 특성을 담는 것이 중요한 영역(K뷰티, 국악, 한국무용)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 온 분들인데요. 하나의 퀄리티 높은 작업물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과 에너지가 투자되었는지가 느껴져서,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의견 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의견들이 한국인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발견하게 된 것이 있는데요. 지역의 특성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익숙함과 함께 불편함이 항상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뉴트로 열풍으로 인해 을지로라는 공간이 가진 익숙하면서 새롭게 재해석된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일터”로 인지된 공간에서 여유를 가지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 공간이 저에게 불편하다고 해서, 을지로가 가진 지역적 특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경험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불편함 또한 을지로의 한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한국이라는 지역이 가진 불편한 점들을 너무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깊이 있게 알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함께 나누고픈 오늘의 질문

넓게는 한국이라는 지역을 생각해도 좋고, 당신이 현재 사는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답변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26년 동안 사는 지역의 특징은 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중, 고등학교, 심지어 제가 사는 현재의 집이 모두 꽤 높은 산 위에 있는데요.


이로 인해 다리의 관절이 약하면 함부로 올라다니지 못하고, 높은 언덕으로 인해 인도가 깔끔하게 정돈되지 못합니다. 또한, 혹시나 차나 자전거가 급경사의 언덕을 내려오다가 저를 칠까 봐 차가 내려오는 방향을 마주하고 걷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반면 집이 높은 산 위에 있어서 여름에 시원하고, 종종 뻐꾸기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든지 원하면 5분 안에 등산로를 진입할 수 있지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답신을 주실 때 다듬어진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 질문을 공유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이 듣고 싶기 때문인데요. 저는 여러 의견이 모이면 그 안에서 공통된 의견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시 이 주제에 대해 제 개인 작업 과정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 한 줄이라도 의견을 주시는 것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답변을 보내주고 싶으신 분들은 SNS 또는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세요. 저는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김고래 드림.



*이 이야기는 제가 운영 중인 PROJECT_ON_ZONE의 지난 이메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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