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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Oct 23. 2020

당신이 바라본 지역

한국이라는 지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1. 한국의 익숙한 불편함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눠본 익숙한 불편함


지난 메일에서는 "한국에 살면서 불편하면서도 익숙한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3월부터 드렸던 질문 중에 가장 많은 회신과 다양한 관점이 담긴 회차였습니다. 의견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혼자만의 사고에 갇혀 있지 않고 그동안의 생각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네요. 


보내주신 이야기 중에서 대표적인 의견들을 아래와 같이 5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식생활


식사_주부로서 32년을 살면서 한 끼 식사에 너무 많은 반찬을 차리고 치우는 데 시간을 소비한 것.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유럽권에서 주로 먹었던 한 끼가 상대적으로 간소했다는 것. 그동안 스스로가 차린 식사를 되짚어 보니, 남겨서 버리는 일도 허다한 음식들을 구색 갖추기로 만드는 데 집착했던 점을 깨달음.


2. 집단 분위기


지역감정_전라도에서 태어나 10대 중반에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에 서울에 산 시간이 훨씬 길다. 하지만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던 자신의 출신지로 인해 받는 편견이나, 오해들이 항상 함께함.


동질감 1._해외에서는 대중교통, 엘리베이터 등의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가볍게 눈인사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잘못 눈인사하면 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음. 또한 같은 집단 내에 오래 있어도, 서로 말로 인사를 하거나, 말을 한 번이라도 섞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사람인 반면 지하철에서 서로 말을 한 번이라도 텄다면, 아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점. 


동질감 2._나이부터 결혼 여부, 거주지, 출신 지역, 학교 등등. 사소하고 상투적이지만 사적인 부분이 많음. 한국의 스몰토크는 동질성을 전제로 묻는 말들이라고 생각함.


여성 인권_일상생활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늘 조심하기를 당부받았고 청소년 시절에는 바바리맨, 치한 등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조심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접적인 성희롱, 추행, 폭행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고 함. 이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늦은 밤 중에 웬만하면 돌아다니지 않고 어두운 길은 지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함. 이로 인해 공공장소에서도 주변을 늘 경계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게 익숙해졌지만, 이 사실 자체가 여성으로서 굉장히 피로함.


3. 언어 습관


고 맥락 해석_말한 이의 의도를 텍스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과한 해석을 하는 경우. 예를 들면 배가 부르다고 분명히 의사를 전달했지만, 상대방이 계속 먹을 것을 더 주는 행동. 나쁜 의도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 텍스트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음.



4. 주거


아파트 1._좁은 땅 내에 여러 사람이 함께 주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편리함과 익숙함을 가지고 있음.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자, 주거하는 공간의 평수, 지역에 따라 인간을 함부로 평가하는 부조리함을 가짐.


아파트 2._모든 것이 집 앞에, 쇼핑몰, 서점, 마트, 약국 등 저와 가까이 있지만 그런 것들이 가까이 들어오면서 사라져 버린 자연을 밟을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함. 숲 속에서 걷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좋은 데 도시에 살면서 숲 속에서 갇힌 듯 고요한 시간을 느끼기 너무 어려움. 시간 단위로 발전해가는 한국의 도시에서 삶은 익숙하면서도 불편함. 근데 또 막상 아예 시골로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도 딜레마임.



5. 서울 중심 


교통 인프라_서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을 익숙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들과 지방에 사는 사람 사이에는 편리함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함. 그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또래가 어떻게든 지역을 벗어나 상경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음.


서울 중심 묘사_ 지방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데 매번 서울 기준의 묘사를 통용할 때. EX) 2호선의 느낌, 1호선의 느낌, 홍대 거리의 느낌, 가로수길의 느낌, 해방촌의 느낌… 서울만의 지역성을 한국의 전반적인 묘사로 통용되는 경향이 있으나, 지방에서는 해당하기 어려운 말임.





2. 불편함과 지역성의 관계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보내주신 의견들을 읽으면서 문득 “불편함은 지역적 특성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들었는데요. 의견을 주신 몇몇 분들께 이와 연계된 재질문을 드렸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지역감정은 한국의 지역적 특성이 될 수 있는가? 



답변 1. 아니오 

60전라도 출생, 서울 거주자


특정 지역 거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임의로 조장된 것들이 지역감정으로 연결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음. 또한, 지역감정이라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빈번히 있는 일임.


답변 2. 네 

30서울 출생서울 거주자


지역감정은 한국의 지역적 특성이 될 수 있음. 왜냐하면 세계 어딜 가든 보편적인 감정과 지역 특성이 존재하며, 이는 해당 지역의 고유한 특색에 맞게 특성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


이외에도 유사한 질문들을 (아파트는 한국의 지역적 특성이 될 수 있는가? 한국의 여성 인권 문제는 한국의 지역적 특성이 될 수 있는가?) 몇 가지 만들어서 다른 분들에게 재질문을 해도 위와 비슷한 상반된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성과 불편함의 관계에 대한 답변이 상이한 이유는 각자가 개인의 주거 지역과 경험을 기점으로 의견이 나눠진다고 느꼈는데요. 이를 통해 지역 자체가 거주자와 외부인을 구분 짓는 경계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불편함 자체가 그 지역 자체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특징에서 오는 경향이 많다고 느꼈는데요. 만약 이를 간과하지 않고 제대로 파악한다면, 경계성을 넘어서 외지인과 내지인을 연결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한국을 바라보는 공통된 관점  

부동산 가치, 또는 서울 중심의 사고


개인적으로 지난 질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제가 “서울 촌놈”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저 자신이 서울 중심으로 사고했는지를 반성하게 되었지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서울을 벗어나 본 경험의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인프라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한 번은 25살에 처음으로 혼자 떠난 강원도 여행에서 차로 15분 거리라고 해서 택시를 탔다가 서울과는 다른 요금을 부과받고 크게 당황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PROJECT_ON_ZONE에 의견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당연히 대부분은 서울이나 경기도권에 거주하실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실제로는 더 다양한 지역(부산, 울산 등등..) 분들이 계신 것을 이번 질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질문을 통해 서울이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은 오랫동안 한국의 수도였고, 다양한 인프라가 한정된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아마도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서울의 인프라를 누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일단 저희 부모님부터 일자리와 아이 교육의 문제로 인해 서울로 거주지를 이동하신 분들이지요. 


문제는 서울에서 부동산 가치에 중점을 두고 지역을 인식하는 경향이 인근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의견을 내주신 분 중에 과거에 성남에 거주하다가 현재 수원에 거주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현재 거주지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지역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지점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해당 지역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나, 타 지역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서울에 가까우므로 부동산 투자를 더 해볼 만한 곳으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제가 사는 지역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께 “이 지역으로 어떻게 이사 오게 되었어?” 또는 “이 지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면 체감상 절반 이상이 부동산 시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이상의 대화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물론 거주지를 정할 때 돈은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우리가 현재 사는 지역, 또는 타 지역을 돈과 연계된 관점 이외에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건 그만큼 타인의 삶(이웃, 타 지역)에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느껴져 아쉬웠지요.


그래서 생각해보게 된 부분은 부동산 시세와 서울 중심적 사고를 제외하고 각자가 지역에 관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요. 


이번 메일에서 함께 나누고픈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답변을 보내주고 싶으신 분들은 SNS 또는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세요. 저는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김고래 드림.


*이 이야기는 제가 운영 중인 PROJECT_ON_ZONE의 지난 이메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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