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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Jul 24. 2020

감각의 언어

다양한 감각이 주는 정보들 

Eda Akaltun_"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about 'Circles of Change' "



사회적 언어로서의 감각


우리가 가진 감각은 신체를 보호하고 생존을 위한 기능을 가짐과 동시에 무언가 느낌으로써 타인 또는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의 옷은 이러한 사회적 언어로서의 몸 감각을 반영하는데요.


근 3, 4년 사이에 여성복에서 주요 트렌드는 “여성의 몸 해방”입니다. 과거에는 속옷 브랜드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외적으로 아름다운 가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와이어가 달린 브래지어를 만들었다면, 최근 트렌드는 입는 사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브라렛이라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아예 속옷을 안 입어도 유두가 보이지 않은 상의류가 유행했는데요. 이외에도 점차 비즈니스 캐주얼로서 활동성과 기능성을 가진 여성 정장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여성들이 몸 감각 자체의 편안함만을 원했다면, 집에서 입을 법한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거나, 고무줄이 달린 수면 바지를 입었을 겁니다. 이런 트렌드는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에게는 사회적 의미로서의 주체성을 뜻하며, 이런 태도를 옷이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언어를 담는 옷 


비슷한 예로 시각 장애인이 입는 옷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는데요. 저는 작년 10월에 잠깐 시각 장애인 활동 보조인 일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했던 일은 1주일에 한 번씩 집에서 2시간 정도 거리의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시각 장애인의 통학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우리가 만날 때마다 치른 절차가 있었는데요. 바로 집 밖을 나서기 전 동행인의 스타일링을 점검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동행인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선천적으로 시각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옷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이들이 옷을 고른다면 소재나 촉감에 대해서 더 많이 고려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이분의 경우 몸에 긴장감을 유지한 깔끔한 정장 스타일에, 고급스러운 가죽 가방을 항상 유지했고, 겨울에도 스탠더드 한 모직, 또는 얇은 패딩 코트를 입었습니다.(그는 얼어 죽어도 코트파였습니다.)


동행인은 항상 저에게 그날의 헤어 스타일과 옷의 구김, 오염 여부 등을 물었고, 저는 이 부분들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 함께 하루를 시작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 또한 저와 마찬가지로 옷매무새를 만지는 과정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를 담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옷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시각만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눈이 내사시인데요. 저의 경우는 외적으로는 티가 안 나지만, 사물을 볼 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봐서 하나의 사물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특히 평면상에서 규칙성을 띤 선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쉬운 예로는 엑셀을 볼 때 저는 분명 A3라는 셀을 보고 복사했는데, 실제 붙여놓고 보니 B3를 복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적인 일을 할 때는 어느 정도 내사시를 교정해주는 안경을 착용하고 엑셀을 봐야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저는 옷을 만들 때 시각에만 의존할 수 없어, 학부 시절에 사람 몸통 모형을 가지고 손으로 공간감을 인지해 가면서 옷 패턴을 뜨고 공부했습니다.


이때 사람 몸을 하나의 공간감을 기준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익혔고, 결과적으로 현업에서 실력 향상과 옷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감각의 연결이 끊긴 사회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각 간의 교류가 필요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지나치게 특정 감각만을 우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특정 감각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보 습득에서 한계와 불균형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권리들을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거나,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있는 그대로의 몸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혹시나 내가 가지지 못한 감각으로 인해 받게 될 수도 있는 불이익을 우려해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이 불안은 그 감각을 보유한 사람에게도 해당되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사물을 감각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특정 감각만을 기준으로 의식하게 될 경우, 개인이 가진 고유의 감각 간의 연결을 단절시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경시하게 되거나,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본인이 정말 무엇을 원했는지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죠.


만약 우리가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항상 해소되지 못한 불안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옷은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게 되겠지요.


저는 옷 안에 다양한 감각의 언어가 연결되고 담기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간 어떻게 감각해왔는지 그 방식에 대해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신과 나누고 싶은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혹시 최근 들어 과거와는 달리 무뎌졌다고 느끼는 감각이나 상황이 있나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정신적인 감정, 물리적인 상황…)


2.    이런 변화는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3.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 상황에서 가장 예민하게 감각을 느끼나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댓글 창 또는 제 개인 이메일 arallabiz@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그럼 우린 격주 주 금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김고래 드림.



*이 이야기는 제가 운영 중인 PROJECT_ON_ZONE의 지난 이메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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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신 분들


원고 감수자:너구리, 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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