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 stealer of 2016 – irreversible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찌르고 꺾어낼 때,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이의 걱정 섞인 말이
멍에처럼 영원히 가슴에 내려앉을 때.
나는 그럴 때면
반드시 영화를 봤어 –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리는 그런 영화.
흰 스크린 위로 곱게 펼쳐지는
오래된 영사기가 비춰주는 빛.
그 빛과 스크린 사이로
반짝이며 부유하던 먼지가
유일한 주인공이었을지도.
그 영화를 보는 동안엔
나와, 먼지
그리고 –
착착착,
구닥다리 영사기만이
필름을 거칠게 굴려.
나는 –
마치 눈을 깜빡이는 걸
잊은 사람처럼 부유했지.
늘 그곳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영사기와
멍청한 나,
둘뿐이었는데.
너는 내 머릿속에서 상영되는
그 아무 장면 없는 영화를
유일하게 보고 싶어했던 관람객이었어.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네게 초대권을 선물한 일이야.
극장 ‘아람’은 어떤 영화를 상영하냐고
부서질 듯 야윈 미소로 묻는 너에게
나는 토하듯 말해버렸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리는 영화야.
근데 –
그 영화에는 부작용이 있어서
다 보고 날 즈음엔
머리가 부서질 듯이 아파.”
그럼 너는
나긋한 목소리와
예쁜 손끝으로,
그 상영관에서
내내 나를 보듬었어.
너는 밤새
내 아름다운 폐허에서
나를 찔러 죽이는
두통과 맞서 싸웠어
그래서 나는
그 영화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왜냐하면 –
이제 그 스크린 안에
너와 내가 나오니까.
영원히 스크린에
박제돼버린 거야.
내 마음에서 죽어버린
너와 나의,
시체화된 관계성이.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런 영화를 만들었는데 –
네게 온통 빼앗겨 버려서
나는 영원히 그 상영관에
입장할 수 없는
블랙리스트가 돼 버렸어.
웃긴다, 진짜.
내 건데 –
그 순간이
아름답고
너무 아파서,
그 안에 살아 있는
네가 너무 예뻐서
내쫓지도 못해.
내 유일한 탈출구이자,
만질 수도,
아무나 닿을 수도 없었던
내 지리멸렬한 무의식의 끝자락.
내가 결국 잃어버린 마지막 도피처.
생각을 멈추는 방법을
영영 잃어버렸어.
네 덕분에.
너 때문에.
아람|writing from the undertow.
© Written by Aram.thewave, 2025.
Copying is prohibited. This work belongs—
to the artist’s heart. please respect its ori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