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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다움 Jan 27. 2023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긴 싫었다

"이 시각 현재 시내 도로 위로는 차들 이동량 많지만 속도를 내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프리랜서 리포터로 일을 시작한  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교통상황을 점검하고
시내 도로, 고속도로 CCTV를 확인하고
그날의 날씨를 확인하고
방송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15분에 한 번씩 나에게 주어지는 1분 혹은
1분 30초라는 시간은 방송을 원했던 나에게
아주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잠시 3개월쯤 되는 때에
나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졌다.

프리랜서 리포터들끼리는
씁쓸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걸 하려는 사람은 많아.
이 방송국에서는 우리가 그만둬도 전혀 아쉬울 게 없어. 모집공고를 올리면 다들 몰리거든."

사실이 그랬다
한 번의 모집공고에 몇 백 명이 지원을 하고
몇 십 명이 면접을 오고 그 당시에는 월급이
월 100만 원이 안 되던 그 방송국에서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그 목표로  일하기 위해서
본인이 살던 곳에서 이 방송국이 있는 지역으로
다들 스스럼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 방송국에서는 그저 공고만 띠우면
다들 오겠다고 하는
프리랜서 리포터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처우는 이랬지만 특이한 건
그때 당시 신입 리포터들이 오면
시내 도로, 고속도로, 그리고 날씨 정보에 대한
교육은 정규직들이 아닌 프리랜서들이 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정규직이 시스템을 몰라 프리랜서들이
내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부디 바뀌었길 바라지만)

결국 우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부품처럼 대하긴 했지만
우리는 필수적인 부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방송국에서 우리는 그저
15분에 한 번씩 나오는 리포터일 뿐이었다.

마치 '모던타임즈' 의 찰리 채플린이
공장의 부품처럼 계속 반복된 일상을 살다가
고장 난 것처럼 나도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말과 상황들이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너가 정말 원하는 거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해?
너에게 앞으로도 이 일이 충분히 매력적이야?

그런 질문을 하면서 나는
새로운 일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과
색다른 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취재 리포터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소식을
전달하며 조금씩 활력을 찾았다

지금도 이 1분,
1분 30초의 시간 동안 주파수를 통해
울려 퍼지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국에 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마이크 앞에서 방송을 한다.
누군가의 오래된 꿈이고 누군가의 열정이 바라는
마이크 앞의 그 자리에 주어지는 짧은 시간에 대해
그곳에 앉을 사람들과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고용형태가 바뀌지 않는 한 프리랜서는 계속되고
내부에서 바꾸려고 하지 않는 한
결코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는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들었지만
그 조율도 결국 내부에서 부당함을 외쳤던
몇몇 리포터들의 외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활하며 ​
나는 단순 부품이 아닌 '정아람'이고 싶었다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곳에서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나만의 힘을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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