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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Jim, 그리고 Bella
by
SHY
Jun 20. 2022
우리 옆집에는 짐(Jim)이 산다.
우린 이웃을 하고 십여 년을 살았다.
자기 집 정원 정리를 하고 쓰레기 장에 버리러 갈 때면, 트롤리를 우리 집과 자기 집 사이에 부려놓고 우리도 버릴 것 있으면 갖다 넣으라 한다.
어느 때는 Jim이 쓰레기 버리러 갈 때를 대비해서 모아둔 쓰레기가 없어져서 보면, 벌써 짐이 가져가 버린 이 후이기도 하다.
Jim은 우리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Jim네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 서로 급한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편안히 맡겨놓고 산다.
예전 막내가 처음 운전하고 쇼핑몰 주차장에서 사고를 냈을 때, 처음 달려가 준 것도 Jim이다.
정말 든든한 이웃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동네에 음메 음메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Jim네 집에서 새끼양을 키우고 있었다. 고 녀석이 말도 못 하게 귀엽다.
새끼양의 이름은 Bella, 우리 말로는 미희 정도?
Jim과 산책도 다니는데, Jim이 자기 엄마인 줄 아는지, 다른 데로 가지도 않고 졸졸 잘도 따라다닌다.
Jim이 겅중 뛰면 자기도 겅중 뛴다,
Jim이 아장아장 걸으면, 자기도 갑자기 아장아장 걷는다,
Jim이 멈추면, 자기도 멈춰 서서 그 새까만 눈을 깜박거리며 Jim을 쳐다본다.
걸을 때면, 양 옆으로 긴 귀가 팔랑팔랑, '어머, 나 신나!' 말하는 것 같다.
Bella가 크게 울면, 배가 고픈 것이다.
하루 네 번 분유를 먹는데, 조금만 늦어도 비상사태다.
혼자 뜰에서 잘 놀다가도 문득 음메~~~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면 바로 들리는 Jim의 목소리
.
"Bella, 왜 그래?"
Bella를 낳던 날,
엄마는 추위 속에서 얼어 죽었다, 새끼만은 지키려 했는지 꼭 품에 감아 안은 채.
Bella는 이 세상에서의 Day 1을 추운 겨울날, 엄마도 없이 시작했다.
농장 주인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Bella는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차....
.정 많은 Jim이 얼른 데리고 온 것이다.
어느 날, Bella가 궁금했던 막내는 Jim네 집으로 가서 Bella의 점심을 챙겼다.
돌아온 막내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엄마, 입양한 사람들이 Bella를
잡아먹지 않을까?"
Bella는 젖을 떼고, 입양을 가게 되어 있었다. 더 자라면 도시의 주택에서 기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니, 걱정 마. Bella는 종자가 좋아서 번식 양으로 입양가게 되었어."
Bella, 화이팅! 만나서 반가웠어.
네가 넓은 농장을 뛰어 놀 때라도 Jim아저씨를 잊지 마.
너의 끼니를 챙겨주고,
너를 산책시켜주고,
너를 안쓰러워했던 아저씨의 고운 마음을 잊지 마.
네가 얼마나 운 좋은 양이었는지 잊지 마.
작은 인연이 수시로 시작되는 우리 동네, 내가 우리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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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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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호주수도 캔버라에서 텃밭을 가꾸고, 장아찌와 김치, 장을 담그며 살고있다. 호주연방사회복지부, 시니어 정책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연사랑 #슬로우_라이프스타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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