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근사치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영신은 이렇게 말하고 영미를 돌아보았다.’
권여선 작가의 단편 소설 <안녕 주정뱅이>의 첫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사람은 왜 사는지, 무엇을 동력으로 사는지, 중요한 건 무엇인지, 어디서 어디까지가 이해이고 욕심인지, 당장 나는 무얼 해야 하는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 준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해결해 주는지.
나는 너무 많이 울었다. 밥맛을 잃고 씻을 힘도 없을 만큼 병이 들어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버겁다. 병든 마음은 몸을 병들게 하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도 하루 종일 꿈속을 도피처로 삼는다. 멀쩡한 척 하면 정말로 멀쩡해지나. 나에게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 나는 행복을 좇으려는 게 아니다,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비슷한 이유로 웃고 싶다.
어떤 것이, 어떤 점이 나에게 위안을 주는지 생각한다. 꿈으로 도망가기가 어려울 때면 잠식되지 않기 위해 책을 찾는다. 거기에는 유난히 반짝 빛나는 게 있다. 어느 부분에서 편안하고 무엇이 될 때 평온한지를 찾자. 나는 그 모든 게 근사하다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