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너의 발걸음이 쉬이 들리지 않는 거 안다. 떠드는 말속에 너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거. 눈은 책을 보고 있으면서 짧은 움직임에는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담겨있는지를. 그들의 가벼운 행동을 너는 곁눈질로 찍어 눌러 얼마나 꺼내볼지.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도 빈 곳을 찾아 헤맬 것을 안다. 나는 너의 작은 마음이 책으로만 가득 차지 않기를 바라.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텅 빈 눈으로 집에 가지 않기를 바라. 네가 얼른 자라서 가벼운 책만 읽어도 괜찮기를 바라. 돌아가는 너를 따라 걸을까. 옆에 서서 무거운 책만 골라 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줄까. 작은 너는 자꾸만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다 커버린 나는 이제 책 없이도 무거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널 떠올리는 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두꺼운 책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커버린 나는 아직도 작은 나를 덜어내지 못한다. 이제는 네가 내 중심의 추가 된 것 같다. 널 떠올리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중심으로 돌아와 무게를 싣고 멈추는 방법을 안다. 네가 얼른 자라지 않기를 바라. 그 자리에서 너를 안고 책가방의 무게를 덜어주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