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특화된 구글 앱들의 특징 소개
구글은 전 세계를 위한 앱을 만든다. 한 나라에서만 적용되는 앱을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구글이 한국만을 위한 앱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미국만을 위한 앱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구글이 인도만을 위한 앱을 만들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구글이 인도 만을 위해 어떤 앱들을 내놓고 있는지 정리해 본다.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Go 에디션을 발표했다. (2017.12) 물론 Go 에디션은 인도 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인도 사용자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Introducing Android Oreo (Go edition) with the release of Android 8.1
안드로이드 8.1 오레오 버전의 Go 에디션은 저가형 스마트폰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OS, 그것에 맞게 최적화된 Go 버전의 기본 앱들, 그리고 이를 위한 특별한 플레이 스토어로 구성되어 있다. OS의 경우 평균적으로 15% 이상 빠르게 동작할 수 있는 성능을 보여준다. 메모리는 훨씬 더 적게 사용하고,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데이터 절약 기능 덕분에 느린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아끼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런 기능들은 모두 인도, 인도네시아의 저사양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필수적인 기능들이다.
특히 저가형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기본 앱들 몇 개가 설치되어 있으면 메모리를 다 써 버려 새로운 앱을 5~6개 정도 설치하면 더 이상 앱을 설치할 수 없었던 경험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발표된 Go 에디션의 기본 앱들은 앱의 크기가 절반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느린 스마트폰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
Google Go, Google Assistant Go, YouTube Go, Google Maps Go, Gmail Go, Gboard, Google Play, Chrome, Files Go 등의 앱은 모두 이렇게 작고 빠르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인도의 상황에 맞는 특별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 구글 Go 오프라인 검색이 가능하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검색하면, 나중에 인터넷이 될 때 검색해서 알려준다. 특히 Google Assistant Go는 인도 통신사인 JioPhone을 위한 기능을 따로 갖고 있어서 힌디어로 음성 검색을 쉽게 해 준다.
- 구글 맵에는 오토바이 모드가 있다. 인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이 지역에는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훨씬 더 대중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Files Go는 저사양폰들의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인들이 기존에 ShareIt 같은 것으로 하던 (네트웍 안 되는 상황에서 직접) 파일 공유를 쉽게 해 준다.
- 유튜브는 인도에서만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인도 사람들은 동영상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네트웍이 원활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 때 유튜브의 불완전함을 이용해 유튜브를 다운로드하게 해 줄 수 있는 유틸리티가 나와서 사람들은 아주 짧은 유머 영상을 친구들에게 ShareIt 같은 핫스팟 공유 앱으로 파일 전송을 하곤 했는데, 유튜브가 아예 이걸 지원하는 것이다.
- 특히 유튜브 팀이 인도를 연구하면서 작성한 글을 꼭 읽어 보면 좋을 듯. "데이터가 느리다고 해서 나쁜 화질을 참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동영상은 동영상이어야 한다" https://design.google/library/making-youtube-go/
- 이 글에 보면 선진국에서 사람들 사이에 정보가 흐르는 것과 인도에서 Human Information Network을 통해 정보가 흐르는 것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단지 좌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동영상을 나눈다.
- 데이터 사용량을 관리해 주기 위한 Datally는 단순히 사용량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미지 표시를 생략하기, 백그라운드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가까운 와이파이를 찾아 주기 등을 통해 데이터를 절약하게 해 준다.
- 지난번 글에도 언급했듯이 구글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철도역 등을 중심으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Fast WiFi for everyone"이라는 미션을 갖고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확장하고 있는 구글 스테이션. https://station.google.com
- 구글은 인도에서만 유일하게 전자 결제를 위한 Tez를 제공하고 있다. https://tez.google.com/
구글의 Next Billion Users팀의 VP인 Caesar Sengupta는 구글 인디아 블로그에 작성한 Google for India: Building India-first products and features라는 글에서 구글이 인디아를 최우선으로 어떤 앱들을 발표했는지 설명했다.
사실 인도에서"만" 특별한 서비스를 내는 곳은 구글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채팅 외의 다른 서비스를 거의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WhatsApp 같은 경우도 인도에서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등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인도만을 위한 앱을 만들고 있다. 이유는 모두 같다.
1. 중국을 포함한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다음 10억명 (Next Billion Users)은 인도나 인도네시아에 있다. 그런데 이곳은 기술 환경과 문화가 기존 앱 사용자와 굉장히 다르다.
2.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나라이다.
3. 인도는 중국과 달리 외국 회사에 대해 폐쇄적이지 않다.
이런 이유로 많은 회사가 인도에서 새로운 UX를 실험하고 있고, 앞으로 미래의 UX는 이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도 선진국 중심의 세계화보다는, 인도나 인도네시아를 향한 세계화가 절실한 이유이고, UX를 하는 사람들이 이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
- 데이터 사용률 1위 국가, 인도의 2017년 (트루밸런스 디자이너 이예슬이 쓴 인도 상황에 대해 매우 잘 알 수 있는 글)https://brunch.co.kr/@yeslee/23
- 과연 중국을 놓친 (혹은 거부한) 구글이 인도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Google Missed Out on China. Can It Flourish in India? New York Times 2017.12
출처: http://story.pxd.co.kr/1286 [pxd UX Lab.] 2018년 4월 피엑스디 블로그에 공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