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부디 내일 아침에 제가 눈을 뜨지 않게 해 주소서."
살면서 제발 내일 아침에 깨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자다가 그냥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요즘 매일 이런 기도를 하며 잠든다. 하지만 어김없이 '내일 아침'은 오고, 나는 눈을 뜬다. '오늘도 일어났구나' 생각하며 침대를 빠져나와 또 다른 내용의 기도를 한다.
"신이시여, 저를 깨우셨으니 오늘은 살아갈 이유를 가르쳐 주소서."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하루를 돌아보면 여전히 나는 살아갈 이유나 목적도 모른 채 그저 숨이 붙어있으니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리고 다시 전날 밤과 같은 기도를 드리며 잘 준비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생의 바닥에서 '진정한 내 사람'이 누구인지 뚜렷해진다고, 그래서 인생의 바닥을 치는 시간 역시 귀중한 기회라고. 부정은 않겠다. 기나긴 바닥 생활을 하는 동안, 그동안 쌓아온 인맥의 상당 부분이 정리된 건 사실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란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어느 쪽이 앞이고 어느 쪽이 뒤인지도 모르겠는 사람에게, 인생의 바닥이라는 경험은 단순히 사람 걸러내기 위해 견딜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건강, 절망감, 우울감, 지갑 사정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그걸 다 감당할 깜냥도 없는 사람에겐 '인생의 바닥은 사람을 걸러낼 좋은 기회'라 하기에 너무 사치스럽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나 자신이 하찮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자존감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했던 사람이, 인생의 바닥에서 본인이 하찮다고 느끼는 순간 더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껏해야 한다는 게 매일 밤 '내일 아침에 눈 뜨지 않게 해 달라'라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스스로 생을 저버릴 용기가 없어서,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어서다. 살고 싶기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는 차마 하지 못하고 평소엔 믿지도 않는 신에게 죽음을 구걸하는 것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나의 진정한 기도 내용은 오늘 아침에도 깨어나버렸다는 사실에 탄식하며 드리는 기도, '내 삶의 이유를 알게 해 주소서'인 건지도 모른다. 초 하나, 손전등 하나 없이 맨몸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서, 앞을 보고 뒤를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내 삶의 이유를 구걸하는 것뿐이기에.
오늘 밤에도 나는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해 주소서"라는 기도를 하며 잠에 들 것 같다. 남은 오늘 하루 동안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내일은 알아낼 수 있을까. 못난 나 자신을 받아줄 곳은 이 세상 어디에 있을지 끊임없이 찾으며 터널 안을 헤매다가, 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찾았을 때 비로소 터널의 끝을 만나리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내가 나쁜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길 거라 걱정하실 분이 계시다면 정말로 송구스럽지만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그럴 만한 용기도 없는 겁쟁이일뿐더러,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글 쓰는 것밖에 없는 이 처지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세한탄이나 하며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쓰는 거니까. 나는 매일 밤과 매일 아침 신에게 똑같은 기도를 하겠지만, 깨어있는 동안만큼은 내 삶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힘껏 몸부림 쳐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