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오늘은 급수배가 왔습니다.
지금 이웃 섬과 바다 밑으로 수도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아마 급수배가 오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처음에 섬에 들어와 자체 물 공급이 안되니 급수배가 온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풍경이 따뜻하기도 했습니다.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무상으로 공급받는 친절도 좋았습니다.
다들 이제 물 걱정 없이 편하고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이 섬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좋습니다.
불편해도 살아지는 그 생명의 거친 질감 같은 것.
없으면 없는 대로 견디면 채워지는 자연의 손길 같은 것.
그런데 그 불편함이 사라지니 아쉬운 저는,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그동안 고마웠다고
손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쉽지만 받아들이고
그 마음마저도 일별하는 것.
주님
있는 동안은 고마운 줄 알고
떠날 때는 애틋하게 손 흔들어주며 순하게 살고 싶습니다.
지금 제 마음에 붙잡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부질없음을 알게 하시고
내려놓도록 도와 주십시오.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