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끝의 바람 탓인가
오늘은 하루 종일 좀 침울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찻집에 가서도 말 한마디 없이
혼자 잡지 뒤적거리며 커피를 홀짝거리고.
누군가
내 기색을 살피더니 가만히 팔짱을 끼며 묻는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일은 무슨."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슬그머니 팔을 빼는데
그녀가 말을 잇는다.
"살다보면 흐린 날도 개인 날도 있지
난 어제 우리 아들 생일이었어"
몇 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
화장을 해서 흔적도 없다.
"그래, 뭐했어요?"
"그냥 여기 저기 싸돌아 다녔지 뭐
남편은 모르는 거 같더라고
그래 뭐 좋은 일이라고 싶어 암 말도 안했지"
할 말이 없어서
그냥 함께 걸었다.
어느새 내가 그녀의 팔짱을 끼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