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사고방식에 한 방 먹이는 영화다.
집에서 자연분만을 원했던 마사,
이유는 그저 아이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도록 해 주고 싶어서였다.
영화는 꽤 오랫동안 출산과정을 보여준다.
그만큼 아이를 갖는 것은 그녀에게 소중하게 공들인 꿈이었고
원했던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렸던 아이를 품에 안고 기뻐하며 안도에 몸을 맡기는 그 찰나의 시간, 뒤로
심상치 않은 조산사의 표정과 함께 구급차를 부르러 달려 나가는 남편.
영화는
" 예상했던 것과 완벽하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계획과 다른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경우에 대부분 어떻게 반응하고 처신하는지,
뿐만 아니라 상실이 상처로 끝나지 않고
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공들인 계획이 어긋나고, 소중한 것을 잃게 되었을 때
우리를 찾아오는 감정은 분노와 슬픔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분노나 슬픔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그 사람의 깊이가 달라지고 인생의 결이 달라지고
삶의 다음 행보가 달라진다.
조산사가 이 비극에 책임을 지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고 말하는 엄마
오직 자신의 슬픔에 갇혀서 아내에게 섹스를 통해 위로를 구하고
그게 잘 안되니 다른 데서 욕구를 발산하는 남편
그리고 오롯이
"이제 아이는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아이방을 치우고
아이에게서 맡았던 사과향을 떠올리며 사과를 먹고
사과씨를 발아시키며 고통과 그리움을 달래는 마사.
법정에서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제가 돈이나 형량 따위로 보상을 받으면... 과연 그 보상으로 아이가 살아 돌아올까요?
저는 제 딸이 누구를 벌주려고 이 세상에 왔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 고통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겠어요? 그 사람도 이미 고통스러울 텐데요."
그리고 마침내 보여주는 그녀의 웃음과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과나무 장면은.....
주변의 소리들을 지나치고 , 위로에 자기를 맡기지 않으며
오직 자기 인생에 찾아온 비극을 온몸으로 맞아들여 함께 걸으며, 견디며,
직시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선물일 것이다.
함께 보고 나눌 거리가 있는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