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예배를 드리고 섬을 나왔다.
시골집에 들어서니 작약이 반긴다.
세상에나.
몇 해 전 심어놓고 풀을 베다 같이 베이기도 하고, 몇 번 발에 밟히기도 해서 얘가 살아나기는 하려나, 안쓰럽고 마음이 쓰였는데.
얼마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비실거리더니 그새 쑥 자라서 꽃이 핀 것이다.
남편과 나는 반갑고 대견해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이 장면이 낯설지가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나는 젊은 날 시집살이를 했는데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아버님은 꽃 가꾸는 걸 좋아하셔서 두 분의 주제는 항상 꽃과 정치이야기였다.
나는 그때 사는 게 힘들고 막막해서 그런 이야기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사실 꽃이 이쁜지도 몰랐다.
그저 딴 세상 사람들이 부리는 여유 같아서 관심도 없었고 그 모습이 부럽지도 않았고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부모님의 연세가 되니 우리가 그러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나는 장면은 아버님이 외출하고 돌아오시면 늘 우리 아이들을 안고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평화롭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셨는데 지금 내가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요만큼이라도 정치나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심결에 보고 배운다는 것.
우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구나, 싶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가는 모습들, 무심코 흘리는 이야기들 또한 멈추지 않고 어딘가로 흘러가고 닿는 것임을.
나는 지금 우리 자식들의 미래의 모습이어도 좋을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