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by 관지

오늘, 햇볕도, 바람도, 파도도 살랑살랑 잘 어울려 논다는 느낌.

이런 날은 괜히 들뜨기도 한다.

그래봤자지만...


오전에는 물이 빠졌길래 톳을 뜯으러 갯바위에 갔다가

문득 아침에 가면 미끄러워서 큰일 난다는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나

다시 돌아왔다. (말은 잘 듣지)


아무튼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민폐가 되기도 하거니와

혼자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잘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오후에 아랫집 식구가 완두콩 수확하는 것을 거들어 드렸다.

바람과 파도와 햇볕 곁에서 우리도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겨울에 허리 수술을 하시고 또 남편이 갑자기 아프면서 겪었던 여러 어려움들과 그저 앞으로는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이대로만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말에 끄덕이며 웃었다.


더 무엇이 갖고 싶거나 누리고 싶거나 오래 살고 싶거나.. 가 아닌 이대로도 족하기에 지금 이대로만,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은 채 살다가고 싶은 것인데... 사실 이런 소망은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노인이기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살아온 삶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욕망이나 허영에도 눈길 주지 않고 제게 허락된 삶의 반경 안에서 내게 주신 힘으로 최선을 다하고 사는 사람은 오히려 소망이 진솔하고 단순하기에.


내가 말린 톳과 고사리. 잘 말라서 기분 좋고 또 이게 누구에게 갈지 모르기에 궁금해서 설레기도 한다.

이런 이유와 목적이 없는 단순한 행위가 주는 기쁨이라는 것.

그러기에 결국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따로 있지 않고 서로 간에 선물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모든 것이 순하게, 걸림 없이 지나갔다. 혼자 있기도 하고 이웃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또 입만 나불대지 않고 손도 함께 사이좋게 거들며 보냈으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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