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산다는 것

by 관지

스페인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이야깃거리가 거의 떨어질 무렵 내가 물었다.


"저번에 이틀인가 거기 정전됐었잖아. 그때 어땠어?"

"뭐 다들 같이 겪으니까 불편하기는 해도, 지낼만했어."

"뭐가 제일 불편했는데?"

"일단 카드 사용이 안되니까 점심을 굶었지.

그리고 나는 교통수단이 지하철인데 운행을 안 하니 막막하더라.

적어도 집에 가는 방향이라도 알고 살아야겠더라고. 그래야 걸어서라도 가지.

이 나이에 집을 못 찾아간다는 게 말이 되냐? 근데 구글이 안되니 그러더라"


"아, 그래도 다들 같은 상황이니까 심리적인 타격은 좀 덜한 거구나."

"그치, 나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니까."


왠지,

사람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무게가 다시 느껴졌다. 생판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같이 겪는 일이라면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는 이 인간의 특성 혹은 기질이라는 것.


결국 사람은 고립되고 소외될 때 무너지는 것이지, 서로의 문제를 알면, 어떻든 버티고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서 사람을 좀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그냥 사람 자체를 좀 고마워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섯 명이 사는 우리 섬, 오늘은 출타하셨던 식구들이 모두 들어와 활기가 느껴진다.


제 인생의 한 부분에 같이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저도 좀 더 가까이, 같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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