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안개가 자욱했다.
한 식구는 나가고 나갔던 세 식구가 들어왔는데
정작 가만히 있는 내가 제일 바쁜 하루였다.
들어오는 식구들 위해 점심준비하고
또 나가는 식구 이것저것 챙겨, 배웅하고,
(배웅하는 건 배가 올 때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이니 시간이 꽤 소요됨)
그리고 수요예배까지.
아, 짬짬 뉴스도 봐야 했고...
마을 입구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여기는 마트가 없으니 가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웃 섬에 부탁을 하는데
며칠 전에 생필품과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텃밭에 쓸 용도로...
근데 오늘 배편에 막걸리 한 박스가 왔다.
박스 위에는 무슨 교회라는 매직으로 쓴 글씨가 아주 한눈에 확 들어오게 적혀있었음.
그래서 배에 탄 사람들마다 그걸 보며 겁나 궁금해하면서 한 마디씩 했다고 한다.
아니, 교회에서 이걸 어디다 쓸라고???
덕분에 웃고,
다행히 그 막걸리는 옆집 식구가 좋아라고 가져가셨다.
그런데 무엇보다 웃겼던 건
그 상황에서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변명하기에 바빴던 나 자신이다.
혹시 누가 나를 술꾼으로 알까 봐.
아니 그럼 또 어때서...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아닌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