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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Feb 09. 2022

[오디오] 눈은 공평하다

공평한 사람을 보고 싶다

▶ 읽기가 부담스러울 땐 들어보세요. 내레이션은 더 부담스러워요(찡긋 ^.~)

드디어 눈 온다, 눈

비는 직선으로 투명하게 오는데

눈은 이리저리 둘러 희게 온다

차가운데 포근하다


새사람 헌사람

부자와 빈자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게으르고 부지런한 사람

공부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

바쁘고 한가한 사람

아픈 사람 건강한 사람

일찍 잔 사람 늦게 잔 사람

기쁘고 슬픈 사람

우울하고 발랄한 사람

들뜨고 무딘,

높은 마음 낮은 마음

아이 어른

 

그리고 단 한 사람

집 앞에도 공평하게 와주라

자고 일어나면 다 하얗게, 약속!



[작가의 말]

저녁 늦게 집으로 향하는 중에

눈이지만 곧 비처럼 녹을 눈이 내렸습니다.

비는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처럼 빠른 속력으로 땅에 떨어지지만

눈은 하앙하앙 거리며 이리저리 둘러 천천히 제 어깨에 내리더군요.

곧 녹을테지만 아침에 커텐을 거두면

온 세상이 하얗게 덮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반가운 눈이었습니다.

유독 그 해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거든요.


어떤 모임에나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모임

몇몇 곳엔 저를 숨겨두고

제가 아는 사람들도 숨겨두었습니다.

정말 아픈 사람과 아프다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숨겨줬습니다.

하루에 두 가지 기분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도

두 사람인 것처럼 비밀로 해주었습니다.


그 모임에 '단 한 사람'은 저예요.

그 사람은 공평함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우리 집 앞에 위아래 구분 없이 눈이 쌓이면

공평한 기분이 들 것 같았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미움도 두려움도 없이 쌓이는 눈처럼

다 하얗게 되면 좋겠다며

글에 마음을 쏟아냈습니다.


미련처럼 그 해 겨울은

눈이 펑펑 쏟아지길 기다렸습니다.

공평한 사람이 보고 싶었나 봅니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상위고하 막론하고 세상을 다 하얗게 덮어버리자.
언젠가 녹을 포근한 눈사람을 만들자.
겨우내 그 사람과 추억을 남기자.

가을 생각도 봄 기대도 없이, 하얀 계절에 푹 젖어버리자.




▶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요.

작사가, 인터뷰어, 카피라이터, 시인,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잘한 일과 기쁜 일도 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글이 당신의 삶에도
도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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