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말없이도 사랑을 말하네

“보고 싶었어요”

by 알아주다

항상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한때 누가 먼저 호감인지도 모르게 확 친해졌다가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아무런 사이도 되지 못한 사람.


그러다 얼토당토않게, 이사 간 집 근처에서 그 친구를 보게 되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던 한 인디언의 기도처럼

'보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더니 정말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살던 동네에서 바로 옆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가 그리 가까이 살고 있는 줄 몰랐다.

엄한 곳을 지날 때마다 그 친구를 떠올렸으니까.


그러고 보면

보고 싶지 않았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런데 볼 수 없으니

몸은 축 쳐지고 늘 가냘프게 슬펐다.


함께 갔던 카페를 가도

다른 사람과 연극을 보러 가도

맞추어 보던 기타 연주와

우릴 만나게 했던 운동을 해도

늘 그가 그리워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 사람을 향한 나의 여운은, 길었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그렇게 무수히 뿌려 놓은 '보고 싶다'의 나날 중에

딱 하루 그 친구를 만난 것이다.

이사 간 첫날에, 멀리, 혼자서.

그런데 또 만났다.

무려 그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서 한 번 더.

나는 쫓아가 아는 체를 하고

우리는 적당히 안부를 묻고 각자의 회사로 향했다.

호감을 들킨 사이이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생각이 나 친구로서도 참 반가웠다.


하루를 다 보내고, 퇴근길엔 더 구체적으로

‘왜 보고 싶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그 질문에 꼬리를 물다 보면 도착하는 마음.

아직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데

사랑으로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치고 있었던, 수다스러움과 활발함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가 날 좋아할 거라 의심했지만 나도 못지않게 좋아했다.

식당에서 이모님들께 넉살을 부리는 것도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였다.

성격은 달랐지만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해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호감이 동시에 시작된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나만 온도가 높아진 걸 알고는 늘 애가 탔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할 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애 덕분에

나는 이제 “사랑한다”는 말없이도

사랑을 말할 수 있게 됐다.


마음은 쌓이는데 말의 도착지가 요원할 때

그리움이 가득한데 볼 수 없을 때는

꼭 시인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탄생한 이런 문장들.

시인은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이다.
지나간 것에 대한, 혹은 오지도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
‘보고 싶다’는
“보고 싶었어요”가 될 수 있을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지만

결국 “보고 싶었어요”를 전하진 못했다.

그렇게 관계는 흐지부지 끝이 났다.

'그래도 한 번은 봤네...'


그러나 그때의 내가 가진 ‘보고 싶었던 마음’은 생생하다.

카카오톡에 늘 그 친구의 이름 끝 글자를 검색해 보던 습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람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것이 남았다.

‘보고 싶음’의 뿌리를 파보면

‘보고 싶다’는 말이

내게 사랑의 쉬운 표현이 됐다는 것 하나.


나는 이제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도 내 마음을 다 전할 수 있게 됐다.

“보고 싶었다”고 둘러 말하면 되니까.

그리고 누군가 나를 “보고 싶다”라고 말한다면

“나를 좋아해 주는구나, 사랑하는구나” 안심하고 오해한다.


‘왜 보고 싶은지’를 생각하다 보면

항상 그렇다.

좋아하지 않고서는

보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그리움'을 이미지로 표현해야 한다면
어떤 사진이 좋을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다가 밤이 됐을 때
달 하나가 떠오르면 좋겠더군요.
세상에서 유일한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작가의 말]

할머니, 보고 싶다.

뉴진스, 보고 싶다.


아, 맞다!

J야,

네가 아니어도 됐어야 했는데

너여야 했던 날들이 참 길었던 것 같아.

나에게는 소중했던

‘그리움’의 감정을 알려줘서 고마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 들었어.

앞으로도 그러길 멀리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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